저유가 한국경제 불확실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국제 유가 하락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산유국들의 공급과잉에서 시작된 저유가 흐름이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리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개장 이후 배럴당 30달러를 웃돌다 장 마감 직전에 배럴당 29.97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03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 국제 유가 하락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과거 저유가는 원유를 전량으로 수입하는 한국경제에 ‘호재’로 작용해왔다. 저유가로 기업은  공장가동과 원재료 등 제품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절감 효과를 누린 반면 개인 물건값이 떨어지면서 소비여력을 늘릴 수 있었다. 소비 주체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올라가면서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서서히 다가오면서 저유가의 수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생산자와 소비자 물가 지수를 끌어내린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등이 떨어지면서 생산과 운송 등 다른 비용도 감소해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내려간다. 이처럼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물가하락을 기대해 지출을 줄이게 되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허덕이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저물가와 저성장 체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생산성 둔화와 함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한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대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20~3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저유가가 신흥국 경제를 어렵게 하면서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수출의 58%를 차지하고 있는 신흥국에서 조선, 건설, 플랜트 등 주력 수출 분야의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전년대비 각각 36.6%, 21.4% 감소했다.

지난해 6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물량이 10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고, 수출단가 역시 7.1% 하락했다.

올해도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5%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제시하면서 “올해 수출 부진이 계속되며 내수 성장 기여도가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올해도 세계 경제의 저성장으로 글로벌 교역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경기 부진도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유가의 반등을 막연히 기대하기 보다는 저유가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한편 기술력 확충 등을 중심으로 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