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미있는 합의”...반올림 “사과와 보상 문제 남았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긴 시간동안 지속됐던 삼성 직업병 문제가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 세 주체가 재해예방대책을 합의하면서 해결의 물꼬를 틀었다.

다만 합의를 하자마자 또 다시 반올림에서는 사과와 보상에서는 어떤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 해결될 것으로 보였던 문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 반올림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재발방지대책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사과와 보상에 대한 교섭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펜

반올림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재발방지대책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사과와 보상에 대한 교섭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황유미 씨 아버지이자 반올림 교섭단 대표 황상기(61) 씨는 “어제 조정위에서 재발 방지(삼성 직업병)에 대해서는 일단락됐다”며 “이제는 보상과 사과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삼성전자와 가족위, 반올림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재해예방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맨위원회가 설립되기로 결정되면서 8년 동안 이어졌던 직업병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날 반올림의 또 다시 반복되는 촉구로 피해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황상기 씨는 “조정위에서 권고안에 따르면 삼성은 1000억 원을 기부해 300억 원으로 특별 공인 법인을 설립하고 700억 원을 가지고 직업자 피해자들을 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해 사용 해야 한다고 했다”며 “삼성은 자체적으로 1000억 원을 들여 자체적인 단독 독립 보상위를 설립해 피해 접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노동법, 산업의학, 사회정책 등 관련분야 전문가 위원4명과 가족위 측, 회사 측과 근로자대표 등 7명으로 구성된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는 작년 7월23일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 내용 가운데 보상의 원칙과 기준, 대상 등을 대부분 수용해 삼성전자가 마련한 보상안을 근거로 설립됐다.

실제로 조정위원회는 권고안에서 발병자와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삼성전자가 1000억 원을 내놓을 것을 제안했고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여 1000억 원의 사내기금을 조성하고 보상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한 보상을 실시한 것이다.

황 씨는 이어 “삼성은 150여 명이 보상신청을 했고 130여 명에게 보상을 완료했다고 했다”며 “제보의 의하면 삼성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치료비를 적게 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보상액이 작다고 해 비용을 더 올려준 사례도 있이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보상 신청자에 대해서는 의사와 변호사,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에서 구비서류 등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보상위원회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보상 대상 해당 여부와 보상 금액 등을 결정하게 된다.

황 씨는 피해자에게 보상액을 적게 주기도 하고 더 지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만약 삼성전자 측이 보상금액을 전부 줄여서 지급했다면 지적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황 씨가 언급한대로 상황에 따라 더 지급한 사례도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피해자의 심각성의 경중을 따져 심사를 통해 보상 대상 해당 여부와 보상 금액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금액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보상과 함께 보상대상자를 직접 찾아가 권오현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개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사과문에는 “발병자와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으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의 사과에도 반올림은 반박했다. 반올림 측은 삼성이 사실상 아무런 잘못도 인정하지 않아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위로도 될 수 없는 말 뿐이라며 자기 멋대로의 사과라고 주장했다. 

이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주장라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사과문이 전달하기 이전인 2014년에도 권오현 대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머리 숙이며 진심어린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

권 대표는 “삼성전자의 성장에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병 등으로 고통을 겪은 직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한다”며 “소홀함과 미리 해결하지 못한 점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과 가족위, 그리고 반올림의 세 주체의 완전한 동의로 인한 재발방지대책 합의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이 합의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힘들었던 마음이 다소 치료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몸과 마음이 치료되기 위해서는 속히 해결책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상황을 헤아려 최대한 빠른 시일에 보상과 사과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반올림의 억지스러운 보상과 사과의 주장 펼치면서 해결책 향한 발걸음을 피하고 있다. 반올림은 자신들의 고집을 내려놓고 현실적인 대화와 합의를 이뤄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