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현재와 같은 미국 달러의 강세가 조만간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더라도 신흥국의 경기침체 등으로 국제유가의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13일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건물에서 열린 ‘국제자본시장리뷰’ 하반기호 발간 기자브리핑에서 “1990년대 이후 세 차례 금리인상 때 달러 강세가 지속된 경우는 한 번에 불과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 2014년 3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발언 이후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고 신흥국 통화는 빠른 속도로 약세를 나타냈다.

JP모건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달러화 지수는 옐런 의장의 인상 가능성 발언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25.1% 상승한 반면 신흥국통화지수는 22.1%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미 달러화의 추가 강세 가능성과 이에 따른 자본 유출의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통화 약세 압력은 더해졌다.

그동안 전 세계 여러 국가와 연관성을 키워온 중국이 지난해 8월 중순 위안화를 평가 절하한 것도 신흥국 통화 약세에 영향을 줬다.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지난해 8월 11일부터 11월 25일까지 신흥국 환율 변화를 보면 남아공(-9.5%) 브라질(-7.2%), 말레이시아(-5.6%), 아르헨티나(-4.7%), 콜롬비아(-46%) 등 대부분 신흥국에서 통화 가치가 하락했다.

이 실장은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와 신흥국 경제 부진 등 여러 여건상 미 달러화의 강세 지속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달러화 강세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점이 추가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가자의 기준금리 예상범위를 보면 2017년 말까지 3%를, 2018년에도 4%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는 과거 1990년대 이후 세 차례 금리 인상 당시 5.25~6.5%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완만한 수준이다.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달러는 인상 전 6개월간 2.06% 올랐지만 인상 기간에는 오히려 3.49% 절하됐다고 금리인상 6개월, 1년뒤에는 달러의 가치는 각각 2.27%, 4%씩 떨어졌다.

이 실장은 “미국 달러가 조만간 약세로 돌아서면 신흥국 통화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 달러화의 강세 기조에 변화가 생기면 신흥국 환율은 각국의 경상수지 등 대외 건전성에 따라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흥국 환율 약세 기조에 편승하지 말고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해 국내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실장은 “신흥국 경기부진 및 수요둔화 지속, 원유 과잉공급 구조, 달러 강세 예상에 따른 원자재 투기수요 위축, 산유국의 가격경재 지속 등으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