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석유화학 등 뿌리산업 전반 해당
경제계 "정상기업까지 해당되는 것은 곤란"

[미디어펜=김세헌기자] 한국 경제의 위협요소로 꼽히는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기업이 어느 순간 우리 경제를 뒤흔들 시한폭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계기업이란 경쟁력을 잃어 더 이상 성장하거나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기업을 말한다.

   
▲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본격화, 신흥국 리스크(위험) 등으로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수익성 저하와 비용상승으로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은 2009년 2698개(12.8%)에서 지난 2014년 3295개(15.2%)로 증가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이런 경험을 한 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말까지 73.9%(2435개)에 이른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근 기업의 재무지표 및 부채 상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봐도 지난해 상반기 전체 상장기업 1722개 가운데 14%에 가까인 240개가 한계기업으로 평가돼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 2014년 14.8%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같은 시기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15.3%)에 근접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끌다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황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조선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1%에서 지난 2014년 18.2%로 5년 사이에 12.1%포인트 늘어났고, 운수업 한계기업은 같은 기간 13.3%에서 22.2%로 비중이 커졌다.

조선업계는 이미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에 있다.

해양플랜트 악재로 올 한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수조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유가 기조 유지로 선박과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수조 단위 적자에 허덕이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그룹의 전 계열사 긴축 경영을 선언하고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포함한 전 계열사의 급여 반납과 시설 투자 축소 등을 통해 5000억원 이상을 절감할 방침이다.

   
▲ 한국 경제를 떠받치다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황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는 조선산업 등 주요산업 분야에서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전경. / 미디어펜 자료사진

지난해 3분기까지 4조3000억원대 천문학적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은 인적 쇄신과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1조8500억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이행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인원 감축과 비효율 자산 매각 등을 단행하고 있다.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 역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부분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철강업체 대부분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당한 규모로 자체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다만 정부가 경직된 잣대로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리드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철강업계는 업황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에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카프로락탐(CTL), PTA 등 일부 제품들은 최근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과잉이 일부 품목에 해당하는 만큼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계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부적인 구조조정이나 혁신 등 성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문제가 크다”며 “일부 대기업 등 정상기업 중에도 근근이 버티는 곳들이 많은 만큼 위험을 감지한 기업은 서둘러 구조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계기업 정리 움직임에 대해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구조조정이 길어지거나 확대될 경우 정상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정상적인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경제에 충격을 덜 주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필요한 분야만 조속히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