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여성 상무부터 설계사 출신 CEO까지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보험업계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장 설계사 출신의 CEO, 전업주부 출신의 중졸 여성 상무, '경단녀(경력단절여성)' 경험의 금융권 여성 최초 CEO 등이 사회적 편견을 깨고 고위직에 오른 신선한 바람의 주역들이다.
 
   
▲ 최근 보험업계에 학벌, 성별 등과 관련없이 고위직에 오르는 등 변화의 바림이 불고 있다.사진은 (좌측부터) 차태진 신임 AIA생명 한국지점 대표, 김남옥 한화손해보험 상무,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회장./AIA생명, 한화손보, 푸르덴셜생명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A생명 한국지점은 지난 14일 신임 대표로 차태진 대면영업 채널 영업총괄 수석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차 신임 대표는 오는 21일 감독기관의 승인을 거쳐 취임하게 되며 현재 재직 중인 국내 보험업계 최고경영자 가운데 유일한 현장 설계사 출신이 되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차 신임 대표는 글로벌 전략컨설팅회사인 액센츄어(Accenture)와 베인앤컴퍼니코리아(Bain & Company Korea)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5년간 근무하다가 1995년 푸르덴셜생명에 보험설계사로 입사했다. 6년간 푸르덴셜생명 보험설계사로 근무한 그는 1996년부터 1988년까지 3년 연속 '에이전트 챔피언'을 수상했으며 1999년에는 보험재정 상담사들의 국제협회인 '한국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의 초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0년부터는 메트라이프생명 CNP MGA에서 대표직을 수행,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메트라이프생명에서 개인영업, 마케팅, 전략영업채널의 총괄임원직을 재직했고 ING생명 영업 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이후 그는 지난해 8AIA생명 수석 부사장으로 취임한지 5개월여만에 사장자리에 앉게됐다.
 
이에 대해 빌 라일 AIA생명 지역총괄 CEO"차태진 신임 대표는 생명보험업계에서 21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보험 전문가로, 업계 전반에 걸친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지속적이며 탁월한 성과를 창출해온 전략 영업, 마케팅, 조직혁신 전문가 및 리더"라며 "차 신임 대표의 선임을 계기로 AIA생명이 새롭게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화손해보험도 올해 파격적인 임원인사를 진행했다. 2016년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한화손보의 첫 여성임원이자 정규교과과정에서 중졸학력의 김남옥 상무를 등용한 것.
 
1년에 제사를 13번 정도하는 종갓집 맏며느리이자 전업주부였던 그가 보험업계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것은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사촌 언니의 권유였다. 이에 그는 1990년 보험설계사를 시작으로 1992년 대리점주를 맡았고 1994년 영업소장이 됐다. 이후 경남, 마산 등의 지역단장과 부산, 경인, 강남 등의 지역본부장을 지냈다. 입사 후 13년만에 부장까지 오르는 등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을 이룬 그는 이윽고 지난해 승무보 승진 후 1년여만에 상무 자리에 오르게됐다.
 
한화손보는 마산, 부산, 경인지역본부장을 거쳐 최근 강남지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김 상무는 뛰어난 영업성과를 내면서 성별, 학력 등에 차별 없이 오로지 영업에 대한 전문성과 탁월한 실적으로 발탁 승진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회장은 국내 금융권에서 최초로 여성이 CEO자리에 앉아 주목받았었다. 그에게는 '최초의 여성 부사장', '금융권 최초 여성 CEO'라는 타이틀이 붙어다닌다.
 
1974년 체이스맨해튼은행을 시작으로 크로커 내셔날 은행, 미들랜드은행, HSBC은행 등 은행업계에서 근무했던 그는 남편의 해외발령으로 잠시 경력이 단절됐었지만 1996년 푸르덴셜생명 인사부장으로 입사, 2003년 부사장을 거친뒤 2011년 5월 푸르덴셜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돼 여성 최초 CEO로 등극했었다.
 
손 회장은 또한 Make-A-Wish 한국재단 이사장, 여성리더모임 WIN (Women in INnovation) 회장,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 이사장, 금융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현재도 지내고 있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푸르덴셜생명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푸르덴셜생명 회장겸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여성들의 사회진출 등이 많은 편이 아니라 더디긴 하지만 차츰 학벌, 본사내 조직출신, 성별 등과 관계없이 실력을 갖춘 분들은 언제든지 등용되는 문화가 차츰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긍정적인 변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