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명확하게 대응할 뜻을 밝히면서도 수위에서는 한국과 이견을 보여 계속해서 양국이 접점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엔 안보리가 추가적으로 대북 제재 조치를 결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15일 각각 베이징과 서울에서 동시에 외교·국방 분야의 실무접촉을 갖고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가 있을 때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구체적인 대북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한국과 논의하지 않았다. 사실 북한에 대해 어떤 제재 조치가 나오든지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기업과 관련이 크기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중국 정부가 진심으로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받아낼 요량이라면 북중 교역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 내 최대 대북교역 거점인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대교를 일정 기간 차단하는 것만큼 효력 있는 조치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는 이미 90%가 넘는다는 연구 분석이 있다. 그 중에도 동북 3성 내 민간기업과 이뤄지는 북중교역이 대부분이다. 동북 3성의 경제구조는 북한을 상대로 한 교역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중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자국 기업을 제재하려고 든다면 동북 3성 전체의 경제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동안 동북 3성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거의가 대북 수출용이었고, 중국 내부에서는 수요가 없을 정도로 저품질 수준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동북 3성 내 기업의 생리부터 바꿔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동북 3성에서 북한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품목은 이쑤시개에서부터 의류와 식품 등 기본 생필품에서부터 밀수로 거래되는 한국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품이 다 포함된다. 이 중에는 평양시 간부들에게 공급되는 한 켤레 당 800~1500원에 달하는 양말까지도 포함된다.

   
▲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중국은 지난 15일 각각 베이징과 서울에서 동시에 외교·국방 분야의 실무접촉을 갖고 협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참여하기로 밝혔지만 중국은 구체적인 대북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한국과 논의하지 않았다. 사진은 북중교역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대교를 통해 교역품을 실은 화물트럭과 승합차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에서 중국으로 압록강대교를 이용해 차량이 통행 가능한 것은 하루 총 8시간이다. 압록강대교가 편도일차선인 까닭에 1시간씩 교대로 북한에서 중국으로만, 중국에서 북한으로만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 시간대별로 교량의 풍경은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차량이 나가는 시간대를 보면 차량 간격은 2m가 채 못 될 정도로 조밀하다. 이에 비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가는 차량의 간격은 40~50m 정도로 드물다.

압록강대교를 오고가는 차량은 100% 화물차량이다. 하지만 시간대별로 차량의 외형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차량은 대형 컨테이너 차량인 반면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가는 차량은 비어있는 보냉고를 탑재한 10톤짜리 트럭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의지를 단번에 꺾는 약속을 받아내는 방법은 바로 북중 간 성행하고 있는 민간 교역이고, 이를 통제하려면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대교를 일정 기간 차단시키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의주와 함께 나진·선봉·혜산을 동시에 차단시키고 이에 따라 예상되는 북중 간 밀무업까지 단단히 금지시킨다면 북한이 입는 타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북한의 지난 1~3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는 각각 결의 1718호, 1874호, 2094호를 채택했다. 대개 북한 지도부의 통치자금과 북한 무기개발 비용을 차단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 등 제재 대상을 늘려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거듭되는 조치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이어간 만큼 정말 실효있는 제재 조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이번 4차 핵실험을 앞두고도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감안하고 이미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마련해놓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정책실무회의에서 중국 측은 6일 북한이 단행한 4차 핵실험이 안보리 결의와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 점에 뜻을 같이했다.

동시에 베이징에서는 한중 양측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만났다. 이 자리에서 특히 우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말하며 중국의 협조를 촉구한 점을 먼저 상기시키면서 “중국 측 표현에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최상의 관계’라는 말을 듣고 있는 한중 양국이 북핵 문제로 인한 불협화음을 내지 않도록 하는 것에도 합의한 셈이다.

황 본부장이 우 대표에 이어 중국 정부에서 유엔을 담당하는 리바오둥 외교부 부부장과 만났을 때 리 부부장은 “현재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초안을 시급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안보리 결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측은 대북 제재 내용과 관련해 ‘새롭게 강력하고 적절한 제재’라고 언급해 한미일과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한미일은 13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갖고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에 합의하면서 강경하게 나온 것과 비교할 때 향후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이 원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가담할지 미지수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해 대응할 것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한 공통분모”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결정하기까지 시일이 좀 걸리겠지만 이번에 북한에 대해 명확한 대응을 해서 북한이 핵무장을 통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출로가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중은) 뜻을 같이 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의지를 갖고 대화와 협상에 나서게 하는 것이 목표하는 방향이다. 이에 대해 한중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일 3국이 주장하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와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밝혔던 '합당한 대응' 사이에서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직후 첫날 밝힌 성명의 “새로운 결의로”라는 표현이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낼 수준의 제재 정도로 그칠 수도 있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2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미국 국무부는 케리 장관의 방중 일정을 공식 발표하고, 중국 정부 지도자들과 만나 북한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케리 장관의 방중에서 대북 제재의 폭과 강도에 대한 미중 간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케리 장관의 방중에 앞서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도 오는 20~21일 베이징을 방문해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북핵 문제에 대해 사전 협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