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16일 공식 출범함에 따라 연간 73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지역 인프라 시장이 활짝 열릴 전망이다.

AIIB는 이날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57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

시 주석은 AIIB 개소식 축사를 통해 "AIIB가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아시아와 세계의 발전·번영 촉진에 새로운 공헌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IB는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금융기구로 시 주석이 2013년 10월 동남아시아를 순방할 때 직접 제안했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 인도, 독일, 영국 등 57개국과 더불어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한국의 지분율은 회원국 중 5위에 해당하는 3.81%다.

한국이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면서 중국이 주도한 AIIB에 참여를 결정한 것은 막대한 인프라 건설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AII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 사업자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자금줄 역할을 한다.

투자 대상 사업은 건설·토목 인프라뿐만 아니라 통신·IT, 전력, 상하수도 등을 망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시설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천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국제기구의 투자 여력은 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다자개발은행의 투자비용은 연간 2천36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동안 ADB가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을 주로 지원했지만 AIIB는 아시아 전역을 투자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특히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풀어 신(新)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중동과 동남아에도 인프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우리 기업에 한층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AIIB 출범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게 되면 우리 금융기관들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IB 자금을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이 참여하는 광역 두만강개발계획(GTI)과 연계할 경우 동북아 지역 개발과 더불어 통일 기반 조성에도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AIIB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기업과 금융기관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코리아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코리아 패키지에는 우리 기업의 수주 역량을 높이는 민관 합동 종합 지원체계 구축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등 해외 시장에서 건설·플랜트 업계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나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AIIB 참여는 중장기적으로 중국과 주변국들의 인프라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특히 부총재를 배출하게 되면 우리 기업에 기회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중국에선 민간이 아닌 관 주도의 인프라 투자를 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인프라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