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논의 빨리 끝내 혼란 줄여야
작금의 단일화 논의가 정말 국민 앞에서 정상적인 것인지, 아닌지 묻고 싶다.

범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비범인들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과정의 정당성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지금 ‘단일화’를 보면 전형적으로 수단이 목적을 대체하는 것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현재 차기 대통령을 뽑기 위해 후보들의 정책 공약과 그 사람의 됨됨이와 대통령으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을 판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진작부터 단일화 얘기가 나왔는데, 여태까지 평행선을 긋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양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상대 후보에게 패할 경우 기꺼이 양보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게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과연 합당하고 적절한 인지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안철수 후보의 경우,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문재인과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금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를 앞서고 있고, 그동안 화려하게 펼쳐온 각종 혁신적 공약을 포기하고, 또 자신을 믿고 어려운 선택을 한 유력인사들을 뒤로 물리친다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단일화에 져서 안철수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한 건 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도대체 민주국가의 역사 상 제1야당의 후보가 무슨 연유이든 간에 국회의원 수의 절반에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는 판에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는다 그러면 그 당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진정으로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이건 시민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고 본선에서도 안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포함해, 국회라는 입법부는 어떻게 되는가.

참으로 한심한 것은 스스로 지성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단일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학적 기초가 느슨한 지성인들이 부끄럼 없이 ‘편법 묘기’를 부리려 하고 있으니 범인들을 훈계할 면목이 없다.

이번 ‘단일화 논의’를 보면서, 아직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의 본질과 책임, 한계 등에서 덜 성숙되었음을 확인해주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문-안 양후보는 하루빨리 단일화 논의를 끝내서 더 이상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맹자의 말이 생각난다. “자신을 바르게 하지 못하면 남을 바르게 할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