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요청하는 국가지도자의 자질은 뭘까?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단일화’가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발판 삼아 전통야당 세력과 중도 세력의 두 남성 후보들이 힘을 합쳐 박근혜 후보를 몰아낼 기세다.

이들 단일화 세력들은 선거가 임박하고 있음에도 상당한 기간을 ‘단일화 협상’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요량이다.

한국 언론의 지평에선 진보 매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 진보매체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본색을 드러내기를 주저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박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골몰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모 명문대 심리학 교수라는 이가 ‘생식기’라는 말을 써가며 결혼 않고 혼자 사는 박 후보를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몰아가며 인격을 욕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지금 ‘과거’와 ‘이념’, ‘성차별’이란 세 방향에서, 진정 한 여성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폭풍우 앞에서 서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 민족은 폭풍과 거센 비바람의 연속을 헤쳐왔다. 그와 같은 시련 속에서 나약한 국가지도자를 만났을 때 국가와 국민은 어김없이 커다란 고초를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조 말 고종이 그랬고, 민주당 정권 아래 장면과 윤보선이 그러했다.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도 나약한 지도자가 감당하기엔 천금만금처럼 무겁고 꼬여버린 실타래 같이 난해하다. 북한의 전쟁위협과 중국과 미국의 위상 변화에 따른 아시아의 새 질서 구축, 그리고 막대한 가계부채와 젊은이들의 만성실업, 고령화 사회라는 심각한 내치 현안은 탁월한 지도자가 아니고서는 해결은커녕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인은 자고로 이성이 덜 발달된 반면에 감성이 예민하고 각자 개성이 다양하다. 특히 한국 지식인들은 조선조 성리학의 영향을 받은 까닭인지 아니면 기질적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나마 약한 지력을 추상적이고 현란한 담론과 이론에 탕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하여 다수의 지식인들이 역사적 안목이 협소하고 처신이 신중치 못하여 국민들을 호도하고 스스로도 부화뇌동한다.

한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다고들 말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역대 선거를 분석해보면 유권자 중에 40% 정도가 이성적이고 안정적인 면을 중시하는 층이고 그 다음 30%는 누가 집권하든 반대를 일삼는 반골층이고 나머지 30%가 상황에 따라 휩쓸리는 중도층으로 분류된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을 뽑는다고 해도 취임식이 끝나고 나면 허니문 기간도 채 주지 않고 60% 정도의 사람들이 대통령을 반대하거나 냉소하는 세력으로 돌변한다.

이런 유별난 국민성과 지식인층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국가지도자가 시련을 겪어보지 못하고 감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박 후보가 적어도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시련을 견뎌내는 힘은 가장 강해 보이는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