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사모주식펀드(PEF)의 폭발적 성장을 빼놓을 수 없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PEF는 2004년에 2개, 약정액 4000억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현재로는 모두 311개에 약정액은 59조1593억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PEF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물밀듯이 들어온 외국계 PEF들이 헐값에 기업을 인수해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떠나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이 거셌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내 기업 M&A로 차익을 본 외국계 PEF에 대해 적잖은 사람들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토종 PEF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국내 기업 매물을 소화해가면서 다른 시각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토종 PEF에 대한 시장이나 정부의 시각은 외국계보다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있다. MBK파트너스는 토종 PEF로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글로벌 PEF를 넘보고 있다.

2005년 3월 설립된 MBK는 장기 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 제고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내 최대 사모펀드 그룹 중 하나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23개 기업을 인수해 13개 기업을 매각했거나 매각 계약 체결 등 절차를 진행 중이다. 출자자(LP)도 전세계 공공기업과 기업 연금펀드, 금융기관, 국부펀드, 펀드 오브 펀드 등 다양하다.

MBK의 국내 수탁고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8조1000억원에 달한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 등을 거느린 IMM그룹(3조4000억원)의 2.3배가 넘는다.

MBK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기업 인수 후 매각(Buy-out) 전략을 통한 M&A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총 자산규모(Capital Under Management)는 100억 달러에 이른다. 서울뿐만 아니라 도쿄, 상하이, 홍콩 등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그래서 국내 증권가에서는 MBK의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과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 대표 등 파트너들이 'M&A의 귀재들'로 불린다.

김 회장은 외국 PEF가 본사의 의사 결정을 기다리느라 신속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효율성 위주로만 상황을 판단하는 실상을 보고 토종 PEF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광일 대표는 로펌에서 M&A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쌓다가 김 회장의 제안으로 MBK에 합류했다.

MBK는 지난해 7조원대 대형 매물인 홈플러스를 집어삼켜 전세계 주목을 받았다. 인수대금은 7조2000억원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가장 큰 기업 인수 후 매각(Buy-out) 거래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