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버리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하루 231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로써 외국인은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빼고 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실상 33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벌인 셈이다.

이는 외국인의 역대 최장 연속 순매도 기간인 지난 2008년 6월 9일~7월 23일(33거래일 연속 8조9834억원 순매도)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번 순매도 기간에 팔아치운 주식은 5조8000억원 규모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세가 지속되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약 6년 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8일 기준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397조959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390조650억원) 중 28.63%에 그쳤다. 이는 2009년 8월17일(28.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작된 이번 순매도 행진은 중국 증시의 불안과 유가 급락 등의 악재가 더해지며 새해 들어 강도가 더 거세진 모습이다.

이에 증시는 연일 시름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34% 급락한 1845.45로 장을 마쳤다. 약 5개월만의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2010년 이후 최고치인 1210원대 주변을 맴돌면서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를 키우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계 자금 이탈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아직 국내 증시 주변 환경이 지난해 하반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세가 이미 진행된 만큼 추가 이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8년 이후 누적 순매매 규모로 추정해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매도 여력은 2조원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매도 우려보다는 유가와 환율에 민감한 유럽계 자금의 매매패턴 변화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