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사 결정 도구인 민주주의, 기업·개인의 경제를 침탈하는 도그마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민주화는 전가의 보도인가.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여야 간 야권과 정부 간 선전이 가열되고 있다. 2012년 대선 선거기간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던 경제민주화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재점화 되는 모양새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경제민주화 아이콘으로 알려진 김종인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선거사령탑 선대위원장으로 경제민주화의 상징 김종인 위원장을 모신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의 경제는 완전히 실패했다”며 “경제민주화를 다시 살려 낡은 경제를 타파하고 새경제로 나아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경제민주화 실적 홍보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역대 어느 정부도 못한 경제민주화 실천했다”며 이례적으로 경제민주화 성과 참고자료까지 배포했다. 여야 총선프레임 구도는 “일자리창출 vs 경제민주화”로 짜여졌다. 김종인 더민주 선대위원장이 “더불어 사는 게 경제민주화며, 이는 국민의 요구”라고 주장한데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곧 개혁이고 성장이며 복지”라고 밝혔다.

김종인은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에서 “양극화 등으로 경제사회적 긴장이 고조되어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거나 흔들릴 우려가 커질 때 정부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해 원용할 수 있는 비상 안전장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종인이 꼽아온 경제민주화의 과제는 양극화 해소, 재벌 개혁, 노사관계 손질, 복지 개념의 전환, 조세·재정 개혁, 금융 개혁 등 6가지로 정리된다.

선거철이 돌아오니 정치도구화로 전락한 경제민주화다. 소위 김종인式 경제민주화는 1원 1표의 원리로 작동하는 시장경제에 1인 1표 방식을 강제하겠다는 개념으로, 민주주의라면 사족을 못 쓰는 국민 다수의 정서를 담고 있다. 경제에 민주화라는 단어를 접목한 경우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 돌이켜 보면, 김종인 더민주 선대위원장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경제민주화의 본의를 왜곡했는지 모른다. 이를 이번 총선의 화두로 삼은 더민주의 공약은 거짓말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라면 호감을 갖고 바라보는 국민정서에 편승한 거짓말 말이다./사진=연합뉴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전제는 1987년 헌법에 삽입된 119조2항 ‘경제민주화’에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김종인 당시 전 수석의 해석이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이라는 점이다.

원래 헌법상의 경제민주화는 그 도입당시 정부의 과도한 민간부문에 대한 개입을 완화하여 정부, 기업, 근로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친화적 경제를 지향한다는 의미로 도입되었다.1)

기업경제 및 경제발전론 석학 좌승희 영남대 석좌교수의 첨언에 따르면, 경제민주화란 경제운영의 민주화를 통한 민간주도 경제를 의도한 것이지 소위 부의 배분을 평등화하자하는 것이 아니다.2) 경제민주화는 양극화나 불평등을 강제로 조정하려는 관치경제가 아니라 기업과 국민 개인에게 자유를 허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친화적 경제제도를 말한다.

지금이 양극화 시대라는 전제에 개인적으론 동의하지 않지만, 양극화든 불평등이든 경제적 격차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메스를 들이대어 성공한 전례는 없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라서 전 인민이 가난하지 않는 한 말이다.

민주주의는 절대선이 아니다. 대의민주제, 다수결 등 정치적 의사결정 도구에 불과하다. 하물며 시장경제에 민주화라니. 민주화나 민주주의는 맹목적으로 신봉되고 주장할 만한 명제가 아니다. 국민의 대리자를 뽑는 다수결 방식일 뿐이다. 지금은 민주화라는 도구가 도그마가 된 시대다. 기업, 개인, 우리 삶의 경제 영역에 민주화라는 도그마가 침탈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김종인 더민주 선대위원장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경제민주화의 본의를 왜곡했는지 모른다. 이를 이번 총선의 화두로 삼은 더민주의 공약은 거짓말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라면 호감을 갖고 바라보는 국민정서에 편승한 거짓말 말이다.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가 극에 달하고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1) 이는 1987년 헌법개정당시 헌법개정소위 위원장을 지낸 현경대 전 의원의 공식적 해석이다. 현경대(1988, 『신헌법』. pp.94-95. 반문각.) 참조.

2) 좌승희.『동반성장 친화적 정치경제체제를 찾아』. 한국경제학회 간,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2호, 2015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