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분별심 발휘해야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들이 전국 유세에 나서고 TV토론에 나와 진땀을 뺀다. TV 광고와 동영상 캠페인도 펼쳐지고 있어 점점 선거판이 달궈지고 있다.

그동안 단일화 줄다리기로 후보들의 공약이나 인물 됨됨이, 대통령직 수행 능력 등을 미처 따져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남은 20일쯤이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훌륭한 대통령을 뽑는 것은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과 토론을 듣고, 실제로 그런 것들을 잘 해낼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유권자들의 분별력에 달려 있다.

서민 살린답시고 누가 예산 퍼주기로 돈을 펑펑 쓰고 후세엔 남부유럽처럼 빚더미 국가부채 유산을 물려줄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어느 후보가 급조한 선심성 ‘대충’ 공약이 아니라 장단기적 영향과 효과, 재정적 뒷받침까지 고려한 알뜰하고 합리적이고 정교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분별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입발림 소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능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그러므로 이전 정권과 비교하는 건 무리다. 박근혜 후보를 이명박 정권의 공과와 연결시킨다든지, 문재인 후보를 노무현 정권의 실패와 관련 짓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4년간 두 번 중임제라면 집권당의 잘못을 탓할 수도 있지만 딱 한번 5년간 임기를 가진 우리 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재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열심히 하여 최종 성적표를 받는 것이다. 5년 단임제는 그 나름대로 5년간을 사심 없이 책임 있게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책임총리제를 둔다는 등의 발상엔 반대다.

안철수의 퇴장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정치의 문외한이 인기만을 믿고 대통령 후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한국 시스템의 위기로까지 갈 수 있다는 면에서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정치인이 되는 기본적인 과정이 있다. 병사라고 하면 사격술과 총검술을 배우고 집단적 병영 생활을 해본 적 있어야 하듯이, 정치인도 최소한 거쳐야 하는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벤처 기업 CEO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고, 공당의 후보와 야권 대통령 후보 자리를 다툰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의 미래를 판단하는 데 여러 가지 지표가 있지만 가장 우선되는 건 경영자의 능력이다. 흔히 생각하는 수익 모델은 상황에 따라 즉시 바꿔야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경영자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정책공약이 중요하지만 새로운 외부 변수가 나타났을 때 이를 즉각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성적표는 결국 대통령의 자질에 따라 천양지차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박-문 두 후보의 자질과 경험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내가 동조하는 ‘이념 성향’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위대한 국민만이 훌륭한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경제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이때, 우리가 훌륭한 대통령을 가지지 못한다면 뜻밖의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