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혁신 이해하는지도 의심스러워

 문재인, 정치혁신 의지 부족하다
정치혁신 이해하는지도 의심스러워


유권자의 가장 큰 선택 기준은 ‘정치혁신’
최근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정치쇄신이 이번 대선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라고 답했다. 경제성장이나 경제민주화보다 정치쇄신을 더 중요한 변수로 꼽은 것이다. 이는 많은 유권자가 대선 후보의 정치혁신 공약과 의지를 보고 투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안철수라는 개인은 사퇴했지만, 안철수 현상으로 표현되는 국민의 정치혁신 의지가 여전히 강한 불씨로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거티브 난무, 구태 못 버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후보 등록 직후부터 양대 대선캠프를 중심으로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새 정치니 정치쇄신이니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구태정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깍듯 정치인이 정치혁신을 한다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사실 검찰 스스로는 검찰개혁을 못한다면서 외부에서 메스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득 정치인들이 정치혁신만큼은 자신이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정치인이 스스로 정치혁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치혁신의 칼자루를 쥐고 그럴듯하게 검무만 추면서 실제로는 원하는 수준으로 정치혁신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불과했다.

비슷한 정치혁신 공약, 의지는 박근혜가 강하다
결국 양대 캠프 모두 비슷한 수준의 정치혁신 방안만 나열하고 있어 정치혁신을 가장 중시하는 유권자들이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양대 후보의 정치혁신 의지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박빙의 선거에서 선거결과를 결정하게 될 가장 합리적이며 까다로운 부동층 유권자들은 그런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 시점에서는 미묘하지만 박근혜 후보의 정치혁신 의지가 두 측면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측근정치 타파, 박 후보는 약속하고 문 후보는 말이 없다
우선 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일정기간 측근을 중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패거리정치라는 정치적 구태를 청산하겠다는 정치혁신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측근 지지기반인 친노세력을 어떻게 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에겐 안 된 일이지만 적지 않은 국민은 ‘친노’로 표상되는 패거리정치를 매우 혐오하고 있다. 물론 친노세력에만 패거리정치의 오명을 덮어씌우는 것은 친노세력에게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 말고도 여기저기 패거리정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정치세력화가 뭐가 나쁜 것이냐고 반발할 수 있다. 억울해도 할 수 없지만, 많은 국민이 친노세력을 대표적인 정치패거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런 국민의 인식을 무시하면 역시 매우 오만한 패거리라는 부정적인 인식만 심화시킬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패거리 타입의 파벌 정치세력이 국민이나 국가 전체 이익보다 파벌 이익을 앞세우는 행태를 보여 왔기에 많은 국민들이 파벌 정치세력을 경계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친노세력을 보면서 적잖은 국민은 얼마 전 충격적인 행태를 보여준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 혹은 경기동부연합 세력을 떠올리기도 한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가 친노세력이라는 측근을 어떻게 통제하고 거리를 둘지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측근정치 타파라는 정치혁신 측면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문 후보, 국민보다 구민 택할 것인가
대선 후보 등록을 하면서 박근혜 후보는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정계를 떠나겠다고도 했다. 박 후보가 원칙을 중시하고 자신의 언명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감안하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큰 약속이다. 그리고 많은 국민은 박 후보가 그런 약속을 지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책임지는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강한 정치혁신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선거구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할 사람이 선거구민을 앞세우는 것은 사뭇 우려되는 일이다. 대통령이 되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역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구민과의 약속을 이유로 지역에 얽매여 있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 가장 구태로 간주되는 지역 기반 정치행태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이다. 물론 문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하면 총선 당시 의원에 당선되기 위해 거짓말한 것으로 신랄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후보의 안타까운 원죄다. 그러나 정치혁신은 보다 큰 결단을 요구한다. 자신을 내던지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부산지역 유권자를 붙들어 매기 위해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좋게 말해 정략적인 계산이고 가혹하게 말해 구태다. 정치혁신은 그렇게 만만하게 떠들어댈 게 아니다.   

세비 인하는 정치혁신 아니다
다른 정치혁신 공약이 엇비슷한 상태에서 측근정치 타파 및 국민의 선택에 따른 정치행보란 두 측면에서 박 후보가 문 후보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 차에 12월 1일 문재인 후보는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계획을 발표한 후, 이를 정치혁신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세비 인하가 궁극적으로는 정치혁신과 관계없다는 것이다. 가혹하게 말해 헛발질을 한 셈이다. 고비용 선거구조 하에서 세비 인하는 오히려 정치인의 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 세비 인하보다 중요한 정치혁신은 고비용 선거구조의 개혁과 부패 정치인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다(이에 대해서는 미디어펜 11월 15일자 졸고 “의원 세비 인하, 정치혁신 아니다: 부패 정치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먼저” 참고). 그런데도 보란 듯 세비 인하를 정치혁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정치혁신에 대한 문 후보의 인식을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다.

정치혁신은 구태정치 타파, 타협과 양보의 정치 실현 
양당 구도의 선거에서 특히 박빙의 선거에서는 ‘합리적이고 깐깐한 부동층’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세비 인하 같은 사실상 정치혁신과 별 관련이 없는 깜짝 공약을 정치혁신으로 내세우는 것은 날카로운 부동층의 눈을 속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꼼수로 인식돼 반감을 살 수 있다. 정치혁신은 이런 식의 영합적인 공약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자세로 정도를 걷는 데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여전히 만연한 구태를 버리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서로 합리적으로 양보하고 타협함으로써 모두가 승리하는 ‘내시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