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씨 이미 마음 떠난듯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어제 오전 안철수 전 후보의 서울 용산 동부이촌동 자택을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부터 야권 주변에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말이 유력하게 떠돌았기 때문에 어제 자택 방문과 만남 불발은 예사롭지 않다.

여러 정황과 안 전 후보의 말을 종합해볼 때, 그의 마음이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에서 떠나버린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를 처음 이루고자 할 때의 마음이야 양보도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협상 과정에서 많은 실망을 하고 정치 현실에 차츰 눈을 뜨기도 했을 터이다.

안 전 후보가 단일화의 마지막 과정까지 완주하지 않고 도중에 사퇴했을 때, 이미 그는 자신과 추종 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둔 행동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봐야 그가 해단식에서 양당의 구태정치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야멸찬’ 태도를 보인 게 이해된다.

문 후보가 자택까지 가서 만나지 못한 것도 우발적 행동인지 결별의 수순인지 아리송하다. 사전에 만남의 조율 없이 불쑥 자택을 방문한 것은 안 전 후보에게는 무례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자칫 문 후보가 ‘문전박대’의 효과를 노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나는 할 만큼 했다’는 표시를 함으로써 단일화의 실패 책임을 안 전 후보측에 돌리고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혹자는 2002년 당시의 정몽준씨와 현재의 안철수씨를 비교하는데, 안씨는 젊은 층의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정씨와는 무게감이 다르고, 그런 이유로 차기에 꿈을 가질 만하다. 본인 입으로도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통합당과는 물과 기름처럼 같이 할 수 없는 세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한걸음씩 세력화의 목표를 향해 갈 것으로 예측된다.

투표일 열흘 남짓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한쪽은 열렬히 ‘구애하고’ 한쪽은 딴 마음을 품고 있는 모양새다. 문 후보는 최근 박근혜 후보의 상승세에 초조감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첫 선관위 주관 TV토론에서도 이정희 후보에게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조연’급으로 비치는 역효과가 났다.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지금이라도 공당의 체통을 생각할 때라고 생각한다. 안 전 후보의 지지를 얻어 당선하려는 미련을 버리고 당당하게 ‘정권교체’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데 주력하는 게 나을 듯하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들도 의타심을 버리고 문 후보를 중심으로 일심단결 해야 한다. 무소속 후보들에게 질질 끌려가는, 무력한 정당에게 누가 안심하고 정권을 맡기겠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