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연초부터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연일 시끄럽다. 특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급락에 따른 관련 주가연계증권(ELS)과 국제유가에 투자하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이번 증시 폭락 사태의 주인공이다.

H지수나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마다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규모가 얼마인지 연일 언론을 장식하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ELS나 DLS가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원금보장상품인가 하는 점이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증권사가 처음 제시했던 수익을 돌려주는 엄연한 금융투자상품이다.

물론 원금보장형 ELS인 ELB(파생결합사채)도 있지만 수익률이 적금정도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투자상품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90%에 달하는 투자자가 원금비보장형 ELS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는 DLS도 마찬가지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은 원금손실이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말한다. 투자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ELS와 DLS같은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한다. 이에 따르는 손실은 불완전판매 등이 없었다면 당연히 투자자가 져야한다.

사실 ELS나 DLS와 같은 구조화 상품은 금융투자상품 중에서도 안전한 쪽에 속한다.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은 원금을 물론 손실을 무한대로 입을 수 있다. 이에 비해 ELS나 DLS의 손실은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이상 나지 않는다.

전일 금융당국은 “H지수 하락으로 일부 ELS 상품에 녹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바로 투자자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H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ELS의 96.7%가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한다. 그 기간 중 H지수가 발행 당시 지수만큼 회복하면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불필요한 행동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금융투자상품은 원금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만일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했을 때도 투자자가 원금손실을 입었다면 금융당국이 이를 보상해줄 것인가?

ELS로 인한 증권사의 손실 가능성도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ELS는 통상 재무구조가 우량한 대형 증권사가 주로 발행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KDB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상위 5개사가 발행한 ELS 규모가 전체의 56.1%에 달했다.

ELS는 예금과는 달리 환매수수료와 상환 기회 등이 있어 대량 환매 가능성이 낮다. 자체 헤지비용 등으로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증권사의 실적이 다소 줄어드는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증권사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2조9658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4년 1조3426억원에 비해 121%나 증가한 것이다.

증권사 직원의 연봉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직원 평균연봉은 9300만원에 달했다. 계약직 직원을 포함한 수치다. 대우증권은 7300만원이었다. 언론을 비롯한 일반 투자자가 증권사와 직원들을 염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설령 ELS로 인해 망하는 증권사가 나와도 괜찮다. 우리나라에서 영업하는 국내외 증권사 수는 60여개에 달한다. 아직도 많다. 지난해 부도로 쓰러진 기업이 하루 평균 6개였다. 증권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금융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당시 158년 역사의 리먼브라더스가 고꾸라지자 곧 붕괴될 것 같았던 미국 금융시장은 여전히 굳건히 잘 돌아가고 있다.

이제 ELS와 DLS는 잠시 잊어두자. 개인투자자는 자신의 투자원칙을 다시 점검하면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아야 한다. 증권사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ELS와 DLS의 불완전 판매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금융상품과 기초자산의 쏠림현상을 반성해야 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