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구조조정만이 위기 탈출 해법…독일 하르츠 개혁 본 받아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신흥국들의 경제위기는 수출중심의 한국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각 부문의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은 곳은 노동시장이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9.2%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사실상의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올해 총선 자리경쟁을 위한 이합집산에만 전념하고 양대 노총은 총파업 카드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노동개혁은 답보상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가장 시급한 현안인 노동시장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1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의 ‘절벽에 선 한국경제와 고용시장, 돌파구는 없는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한계기업이나 좀비기업의 우려가 있는 기업들이 사전적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재편하여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다”면서 “구체적으로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의 제정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전삼현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 탈출

I. 문제제기

발제자 오정근 교수님이 지적하신대로 중국경제 성장 둔화로 한국수출이 급락하면서 국내기업들의 부실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1월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2015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6.9% 성장했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1990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7% 이하 성장을 한 것을 보더라도 국내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매우 어두운 것은 사실이다.

또한 오교수님이 2015년 미국금리를 인상한 후 국내에서 중국자금이 대거 유출되어 1년 새 외환보유액이 5000억 달러 넘게 감소하였다고 평가하신 바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신속히 사전에 사업재편 또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험하였듯이 노조들의 반대로 국내기업들이 신속한 사전 구조조정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법상 정리해고와 해고 등에 관하여 법적으로 엄격히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어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사전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오교수님도 이러한 관점에서 현 정부의 노동개혁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실 사전 구조조정이란 노동조합의 동의뿐만 아니라 법제도적 규제 완화 역시 필요하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안 중 해고관련부분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동시에 법적 규제에 대한 문제도 검토해보고자 한다.

   
▲ 노조가 무조건적으로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소탐대실' 행동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법안이라도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시급하다./사진=미디어펜

II. 노동개혁

해고는 근로자의 삶의 질을 극도로 위협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동시에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아서 다른 근로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근로자와 사업재편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정리해야 하는 사업부문에 속한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토록 결정하고 실행이 가능한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야 사전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의 일반적 제한으로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7조 1항). 무엇이 ‘정당한 이유’인가에 관하여는 동법(同法)에 구체적 규정이 없으나, 그 일반적 내용은 해당 근로자와의 근로관계의 유지를 사용자에게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이유를 말한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는 당연무효이며, 동시에 사용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07조)이 적용된다. 그리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때에는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정리해고, 즉 우리나라의 경우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는 근로자 대표 또는 노조에 50일 이전에 통보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서면 및 구두통보 모두 쓰이지만 법적인 조항은 없으며 노조에 통보하는 것은 관례 수준이다. 그리고 해고통보에 앞서 필요한 기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정규직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적인 사유로 해고할 경우 1일, 경영상의 이유인 경우 40일이 필요하나 일본의 경우 양자 모두 1일만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볼 때에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창출 또는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하여 사전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는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입법적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독일 경제부흥의 기폭제가 되었던 슈뢰더 전 독일총리의 ‘하르츠(Hartz) 개혁’도 결국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5인 이하의 소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하여 신규채용의 부담을 감소시킨 것은 일자리창출에 특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슈뢰더 총리 당시인 2005년 실업률은 11.3%였지만 2014년에는 5.0%로 낮아졌으며, 실업률도 이 기간 동안 6.3%포인트나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 고용률은 2005년에 65.5%였는데 2013년에는 73.3%로, 8년 동안에 7.8%포인트나 증가했다고 한다.1)

   
▲ 노동법상 정리해고와 해고 등에 관하여 법적으로 엄격히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어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사전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사진=연합뉴스

III. 법적 규제문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의 구조조정이 사후약방문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 국가나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전적이고 선제적 구조조정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적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하여는 사업의 일부를 분리시켜 매각하거나 일부기업을 인수하는 M&A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제도적 보장되는 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창조경제에 의한 시장창출을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투자는 물론이고 M&A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따라서 2015년 11월 법무부는 상법을 개정하여 기술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회사명을 유지하고 등록된 기술과 브랜드 가치도 그대로 활용하면서 대기업과 상생하거나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역삼각합병, 삼각주식교환, 삼각분할합병 등 다양한 인수합병(M&A)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이 규정들은 정작 대규모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들이 사전구조조정방식으로 활용하는데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공정거래법 등 각종 법률에 산재해 있는 대기업규제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와 여당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은 이법이 재벌지원법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법률로 강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상생법) 개정안을 조건부로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법안은 야당이 우려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법안도 당초부터 경영권 승계,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사업 재편을 할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또 대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한 사실이 사후에 확인되면, 승인을 취소하고 지원 금액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추가로 정부는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위해 사업을 재편할 경우 기활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즉, 기활법안은 이미 재벌지원법이 될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한 수정보완이 끝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선의 목적의 사업재편이 성공하여 사후적으로 재벌 2,3세가 혜택을 보는 경우마저도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따라서 최소한 기활법이라도 제정되어야 제2의 외환위기를 예방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 바른사회시민연대, 종북좌익철결단 등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개혁법안 입법을 촉구하며 “국회의 무능과 무책임이다. 득표를 위해 민노총의 눈치를 보며 굽실대는 국회는 비정상적 입법기관”이라고 비난했다./사진=연합뉴스

IV. 결어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오정근 교수님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노동개혁 방안을 제시하셨다.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에 추가로 현재 한계기업이나 좀비기업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그러할 우려가 있는 기업들도 사전적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재편하여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제도상 법으로 사전적 구조조정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법들의 개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의 제정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국내기업들이 사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자 하는 경우 근로자들이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에 방점을 두어 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하여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경우 소탐대실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소탐대실 행동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법안이라도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1) 자세한 내용은 박영곤(2003. 10), 「독일 ‘구조개혁안(Agenda 2010’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KI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