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에 겸허한 마음을
우리나라의 이번 대선도 미국 대선처럼 양당 2인 후보의 대결로 첨예하게 맞선 형국이다. 오마바와 롬니 간 지지율이 막판까지 혼전을 보였던 것과 똑같이 박근혜-문재인 양 후보의 지지율도 박빙의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이번 대선이 더욱 치열한 까닭은 양 후보 간의 정책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선거 일주일 전 무렵부터 정책 경쟁보다는 국정원 댓글 의혹이나 NLL 발언 논란과 같이 네거티브 캠페인이 격화되고 있다.

양쪽의 확실한 지지층들은 정책이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싫다’는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일반 유권자의 투표 성향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유사하다. 개인적으로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준 음식에 길들여져 익숙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성향도 이와 같다. ‘보수’ 혹은 ‘진보’에 각각 이끌리는 건 익숙한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어떤 사람의 투표성향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그 요리를 잘 해내고 맛있게 만드는 것은 요리사의 솜씨에 달려 있다. 요리사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 경험에 의해 훌륭한 음식이 만들어진다.

바로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음식점에 온 손님은 음식을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므로 일단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서 먹는다. 그리곤 형편없는 요리사가 만든 그 요리에 화를 내고 후회한다. 일반 유권자들도 이처럼 대부분 정치인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그리곤 형편없는 정치에 분노하고 치를 떤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자의 승패를 가를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정치적 선호에 따라 투표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인의 능력을 보고 투표할 것인지 관심거리다.

뛰어난 요리사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손님의 선호에 따라 무슨 요리든 잘 만드는 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따져보면 대통령은 그 사람이 보수인가 진보인가 하는 성향보다는 정책수행 능력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회의적 정치학자들처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역대 선거를 보면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신통하게 맞았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비록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현직 시절에는 지독히도 비난을 받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사람만한 사람도 없었다는 판단이다. 투표자 한 사람, 한 사람은 이끌리는 선호대로 뽑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건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자, 이번 대선에서 서로 감정을 상할 만큼 경쟁 했지만 ‘천심’대로 나타난 선거 결과에 토를 달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을 괜한 노파심으로 말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