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이름의 배에 탑승하고 있다. 이 배는 1초에 30킬로미터를 주파할 수 있는 맹렬한 속도로 태양계 궤도 위를 공전한다. 동시에 1초에 약 460미터를 움직이는 속도로 자전까지 하고 있다.

가끔 지구라는 배가 움직이는 속도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섬세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인간에 비해 막대하게 큰 지구의 크기와 중력 덕분에 우리는 이 배 위에서 편안하게 잠도 자고 생각에 잠기며 희로애락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지구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연재해가 우리를 덮쳐올 때다. 폭우나 가뭄, 토네이도와 폭설은 지구의 차원에선 일상(日常)이지만 인간에겐 대사건이 되곤 한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논쟁으로 식자들의 손끝이 바빠진 21세기지만, 17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의 문제는 ‘너무 춥다’는 데 있었다. 불과 40여 년 전인 1970년대에도 “빙하시대가 다시 온다”는 괴담이 떠돌기도 했었다. 그리고 2016년의 1월, 우리는 대륙을 가로지르며 인류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폭설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다.

제주도에 7년 만에 한파주의보가 내려 25일 오후 8시까지 모든 항공기 승객들의 발이 묶였다는 소식, 울릉도에 130㎝의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 사흘 동안 항공기 결항이 1,200건 이상 발생했다는 뉴스는 차라리 점잖은 편에 속한다. 타이완에선 무려 60명이 저체온증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다.

   
▲ 제주도에 7년 만에 한파주의보가 내려 25일 오후 8시까지 모든 항공기 승객들의 발이 묶였다. /사진=미디어펜

중국 북부 내몽고 지역엔 기온이 영하 49도까지 떨어진 지역도 있었다. 미국에도 엄청난 폭설이 내려 웨스트버지니아 주 글렌게리에는 106.7㎝의 폭설이 내렸다. 미국에서도 최소 28명 이상이 사망했다. 상황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추산된 피해액만 해도 이미 7억 달러 수준이다.

기습적으로 우리를 덮치는 자연재해는 뜻하지 않게 인간사의 서글픈 팩트를 폭로시키기도 한다. 똑같은 재해가 닥쳐도 경제 사정에 따라 그 피해상이 다르다는 사실 말이다.

2004년 12월 이란에서 큰 지진이 나서 무려 4만1천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그런데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1989년 샌프란시스코에도 일어났을 때의 사망자 수는 63명이었다. 63명의 죽음이라고 해서 덜 슬픈 것은 아니지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63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성장’이라는 점을 부인할 길도 없어 보인다.

한국의 경우 다행히 26일부터 추위가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구라는 배는 다시 침묵을 시작하겠지만 그 위에서 뒷수습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세계 곳곳에서 당분간 바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