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대선패배 분석은 바람직하다
문재인 후보의 압도적인 지지가 나온 호남에서 어떤 형태로든 ‘왜 그랬는가’에 대한 분석이 나오는 건 바람직하고 자연스럽다. 그 분석은 뭔가 두려워서 솔직하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분석이 문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이로운 ‘약’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박준영 전남지사가 지난 8일 라디오 방송에서 한 말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문 후보에 대한 호남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놓고 “시도민들이…무거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그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충동적인 생각 때문에 투표하는 행태를 보면 전국하고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이번에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는 다르며 후자의 경우는 신중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민주당의 대선 패배원인을 친노 인사인 문 후보가 출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탄생으로 참여정부의 심판은 내려진 것인데, 참여 정부 사람이 또다시 전면에 나선 것 자체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갔다는 것이다.

정치 바닥에 오랜 몸담은 박 지사의성찰이 보인다. 지금 생각해보면, 손학규씨가 문 후보 대신 후보가 됐더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손학규 후보였다면 안철수씨가 나올 생각을 못했을 것이고 야권의 단합이 더 단단해졌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친노 세력들이 이명박 정권의 인기 하락을 보고 민심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보여진다.

지난 대선은 박 지사의 말대로 “국민들이 얼마나 무섭고 냉정한지”를 인식시켜 준 선거였다고 생각된다.

박 지사는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줬던 행태가 불안했으며 그것 때문에 국민들이 표를 안 줬다”며 민주당은 “국민들의 깊은 마음을 읽지 못했고 자성이 없었다. 민주당은 좀 무거운 당이 돼야 한다.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박 지사의 쓴소리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은 “호남인의 가슴에 비수” 운운 하며 발끈하기에 앞서 겸허한 마음으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통렬한 자기 비판 없이는 차기 정권도 근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알아야 할 것이다.

과거 선거 결과를 되돌아 보면 다 ‘바람’이 불어 이긴 것 같지만 ‘바람’이 아니었고 시대적 대세요 지나고 보면 국민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새삼 알 수 있다. 이번에 민주당이 패배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무슨 ‘바람몰이’로 가볍게 잡을 수 있다는 오만함 때문이었다.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모여진 민심은 엄한 심판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선거였다는 생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