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의 결항 매뉴얼 부재에 체류객 불만 급증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23일 예약자부터 순차적으로 티켓을 발권한다더니 어떤 안내도 없이 줄만 세워놓고 있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이미 수천여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대책도 없이 줄만 세워 놓을 거라면 대체 왜 오라는 문자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어렵게 숙박처를 구했는데 항공사의 무능한 대처로 또 다시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할 판이다.”

   
▲ 제주항공의 운항이 오늘 오후 3시부터 재개된 가운데 대기 승객이 몰려 공항 내가 큰 혼잡을 이루고 있다./미디어펜

기록적인 폭설로 사흘째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이모(35)씨는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다는 항공사의 문자를 받고 25일 제주공항 대합실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저비용항공사의 미흡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항공사에서는 탑승예상인원을 파악하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하는데, 결항된 항공편과 예약자가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결항사태에 대한 매뉴얼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항공사를 앞으로 이용할 생각은 싹 가셨다”고 말했다.

모든 저비용항공사가 순번제로 대기표를 배부하면서 해당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발권 창구 앞에서 한시도 떠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대기 승객 이름을 불러 대답이 없으면 그 다음번 대기표 승객에게 순번을 넘겨버리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예약 순서에 따라 남는 좌석을 자동으로 배치하는 ‘자동 예약변경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발권상황에 대한 자세한 안내조차 없어 고객들의 불편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승객들은 항공사의 자동 예약변경시스템 덕에 공항노숙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 항공사는 결항 시작된 23일 탑승 예정자부터 순차적으로 자동 예약을 실시하고 있으며, 탑승 시에는 항공사에서 3시간 전에 공지 문자를 보내 공항으로 오도록 안내하고 있다.

대형항공사를 이용한 체류객 송모(54)씨는 “항공사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덕분에 다행히 노숙은 면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서비스 질에 있어서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간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체류객을 수송하기 위해 모든 보직자와 오피스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임시편을 수시로 편성해 승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