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는 물러서는 게 마땅하다
‘적에게서 배워라’는 말이 있다. 민주당은 당 개혁에 관한 한 새누리당과 박 당선자에게서 배워라. 새누리당은 기자가 기억하기로는 국민의 신망을 잃고 다 죽으려다가 두 번이나 기사회생했다. 박근혜 당선자가 그 주역으로서 천막 당사에서 시작했고, 지난 번엔 당명을 바꾸며 철저하게 잘못을 국민 앞에 고백했다. 새누리당은 국민과 언론과 야당의 온갖 질타에 조금도 변명하지 않고, 바뀌고자 하는 진정된 모습을 보여준 끝에 살아났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책임자들이 당권에 연연해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실권도 없는 ‘올드보이’를 위원장으로 뽑아놓고서 철저한 대선패배 원인을 반성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주류는 다 물러나서 비주류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전 후보가 무슨 역할을 맡는다면 그의 회생은 매우 어려워지리란 게 기자의 예상이다. 문 전 후보는 무엇보다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고 상당 기간 자숙하는 것만이 그가 재기를 원한다면 나중에라도 그리 될 수 있다. 이게 역사에서 증명된 법칙임에도 이걸 모른다는 게 참 딱하다.

대선 평가도 그것이 엄혹하면 할수록 그만큼 소생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국민이 보기에 ‘안쓰럽다’고 싶을 만큼 석고대죄할 때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비주류의 김영환 의원이 말했듯이 민주당은 한겨울의 삭풍 앞에 고스란히 발가벗겨 봐야 하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넘어서는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감동을 주는 패배의 모습만이 살길이다.

많은 문제가 드러난 모바일 선거도 폐지해야 한다. 당의 정체성이 여론의 표몰이로 흐릿해질 수 있는 모바일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기대는 것과 같다. 모바일 선거는 대의제를 부정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비현실적이고, 정치학 원론이라도 읽어보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안철수씨가 미국에서 뭔가를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안철수씨도 민주당 패배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다. 미국 간지 며칠 됐다고 벌써부터 고개를 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기자는 시장자본주의의 맹주인 미국 경제가 저 모양이고, 사회민주주의로 나라의 곳간과 경쟁력을 탕진한 유럽경제를 보면서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라는 게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21세기에 19세기 이론가들의 노예가 된 까닭이다. 이 시대의 한국의 정치가는 기껏 과거 이론의 변형자들에 불과한 일부 경제학자들에 기대지 말고 독자적인 당 정책을 제시할 만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정치인은 국가 발전을 하나의 플로(flow)로 인식하는 현실적 혁신론자여야 한다. 이 지구상의 모든 국가 중에 문제 없는 국가들이 없고, 인류 역사상에도 문제 없는, 이상적인 국가는 없었다. 문재인 전 후보와 주류들은 현재의 문제점만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태론적 발전관 때문에 패배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국민들은 링 위에 올라온 선수들이 규칙을 인정하면서 멋진 파이팅을 펼치기를 원하지, 링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을 기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재차 강조컨대 민주당의 주류는 자숙하고 비주류가 전면에 나서 보다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인식 아래 국민의 피부에 와닿은 정책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살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