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닥쳐 이 자식아” “떽, 건방지게 말이야” “저거 아주 웃기는 사람이네. 기본도 안돼 있는 사람이네. 저거” “길 갈 때 차 조심하라고 그래".

조직폭력배나 육탄전 현장에서나 들어 봄직 했을 험악한 말들이다. 허나 놀랍게도 이 말들은 19대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의 말이다. 법안처리 조차 제대로 한 일 없이 놀고먹기만 해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와 함께 ‘동물국회’라는 애칭(?)까지 얻은 19대 국회다.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을 되새겨 보니 동물국회도 과분하다 싶다. 설마 이렇게까지 바닥인줄 몰랐으니. 새삼 후한 평가에 대한 회한이 밀려온다.

‘갑질 논란’ 23명. 4명 중 1명은 막말이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품격을 떨어 뜨리거나 국민에게 정치 혐오증을 준 국회의원. 국회선진화법이란 괴물에 막혀 민생도 안보 법안도 모두 팽개친 국회. 국민은 고사하고 기득권 갑질에 자기들 선거구조차 획정 못한 사상 초유의 선량(?)한 사람들의 모임.

   
▲ 최악의 국회로 평가 받는 19대 국회는 막말 갑질로 얼룩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2일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를 향해 “길 갈 때 차 조심하라고 그래”라는 부적절한 말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12년 5월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국회회의록검색시스템과 주요 일간지, 방송 및 통신기사을 통해 분석한 ‘19대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막말) 현황’. 19대 의원 중 한차례 이상 적절치 목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의원은 73명이다. 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40명, 새누리 26명, 창당 예정인 국민의당 3명, 무소속 2명, 정의당 2명이다. 더민주의 탁월한 입심(?)이 압도적이다.

막말의 대상은 위아래, 지위고하 불문이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무소불위의 ‘배지의 힘’이다. 한솥밥 먹는 같은 처지의 동료에 대해 36번, 전·현직 대통령 26번, 국무위원이나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 22번, 국민에 11번이다. 이쯤이면 그래도 누구 힘으로 ‘금배지’ 달았는지에 대한 아주 조금의 예의(?)는 차렸다고 봐야 하나.

‘갑질’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비서관 월급 삥뜯기, 의원실에 카드단말기 설치하기, 아들 특혜 채용, 오지랖도 넓게 아는 사람 청탁 들어주기, 음주 후 경찰에 ‘바바리맨 찾아라’ 호통치기, 입법권·예산심의권으로 겁주기 등 할 만 한건 다했다. 갑질 종합선물세트다. 동참 인원은 23명. 새누리 13건, 더민주 10건이다. 재밌는 건 막말도 갑질도 제재는커녕 별 반성조차 없다는 것이다. 뭐 그 나물에 그 밥이요. 한솥밥 먹는 처지에 인정을 베풀어야 하는 그 심정 모르는 바도 아니다. 다만 한량없이 넓으신 그 아량에 그저 감복할 따름이다.

뭐 이런 막말도 있었다. “서부 총잡이가 죽는 것과 붕어빵이 타는 것, 처녀가 임신하는 것의 공통점은 너무 늦게 뺐다는 것”이라고 당당히 기자들 앞에서 내뱉은 간 큰 분도 계시다. 군 내 성폭행을 한 ‘별’을 비호하면서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이사람(외박을 거의 안 나가서)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 분도 있다. 대단한 아니 참으로 대담무쌍한 19대 국회였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아직 19대 국회 임기는 끝나지 않았다. 장엄하고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어떤 분의 용기 있는 또 다른 갑질과 발언이 피날레를 장식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역시나 끝나지 않은 임기임을 의식(?)한 듯 정의화 국회의장은 22일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를 향해 “자꾸 그렇게 하면 그 친구 천벌 받는다”고 했다. 마지막 인사말이 화룡점정이다. “(조 수석부대표에게) 길 갈 때 차 조심하라고 그래”.

이러고 보니 참으로 한심한 건 우리네다. 혹시나 했던 기대치마저 폭삭 주저앉게 만든다. 기대가 컸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욱 기대를 만발케 하는 건 정작 다른 데 있다. 막말 논란으로 귀를 즐겁게(?) 해 준 분들이 국회 신입생이란 데 있다. 막말 73명에 이름을 올린 유명인 중 초선 의원이 무려 35명으로 절반을 살짝 넘겼다. 그 분들의 일취월장, 괄목상대가 기대된다. 그래서 희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헌데 어쩌랴. 그들은 이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니지. 떠날 준비에 다시 돌아올 채비까지 하고 있다니 없던 오기와 기대감이 불끈 솟는다. 참 낯 두꺼운 분들이니 곱게 봐서는 제대로 진면목을 볼 수 없다. 하긴 기껏 귀 닫고 눈 흘기고 외면하는 게 고작 가진 수단의 전부였으니.

헌데 이번엔 아니다. 그들이 돌아오는 길에 사뿐히 즈려 밟을 꽃가루만이 아니라 가시도 있음을. 향기속에 독성도 있음을. 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4월13일이 결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님을. 봇짐 을러메고 휘파람 불며 길 떠나는 그들에게, 그냥은 못 간다고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