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신진주 기자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역대 최대규모", "기간 앞당긴다" 최근 백화점세일 소식을 접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얼마 전 신년세일이 끝나자마자 백화점들은 일제히 해외명품 패션 브랜드 할인전에 돌입했다. 고객들이 체감하는 백화점의 세일은 365일 계속되는 것만 같다.

내수불황에 꽁꽁 언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떠오른 연중 세일 마케팅. 실제로 내수엔 대형 세일행사가 직효였다.

작년 롯데백화점이 세텍(SETEC)과 킨텍스(KINTEX) 등 외부 시설을 대관해 파트너사의 재고 소진을 위한 대형 행사를 진행했는데, 세 번에 걸쳐 약 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부 주도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K세일데이 등 역시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백화점 세일이 지속되면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먼저 백화점 종사자들은 잦은 세일로 노동 업무가 높아져 힘들어졌다. 백화점이 출장세일을 진행할 때는 행사장에 동원된다. 행사장을 찾은 많은 방문객들을 응대하느라 점심도 제때에 먹지 못한다. 휴게공간도 마땅치 않아 고단하기만 하다.

협력사(납품업체)도 세일행사로 한숨이 깊어진다. 가격 할인 폭만큼 수수료율이 인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백화점에서 정상가에 의류가 판매됐을 경우 약 30%의 판매수수료율이 적용되지만, 정가에서 10% 할인을 할 경우 판매수수료율은 1%포인트만 낮아진다. 업체가 50% 할인 행사를 하면 백화점의 수수료율은 25%에 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들의 인식 변화다. 처음엔 높은 할인율에 물건을 살 수 있어 이득을 본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계속되는 세일에 소비자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이후 고객들은 세일가격이 원가라는 인식이 생겼다. 세일 기간을 제외한 시기에 구매를 하면 '호구'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세일을 하지 않고선 구매를 유도할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린 것이다.

   
▲ 백화점업계의 잦은 세일은 고객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엔 높은 할인율에 물건을 살 수 있어 이득을 본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계속되는 세일에 소비자들은 지치기 시작했다./롯데백화점 방싱데이 관련 사진. 롯데백화점 제공

네티즌들은 "이렇게 자주 세일할거면 그냥 처음부터 가격을 낮추고 팔면 되지 않나?", "백화점 실제 가격이 사기라는 것이 증명 되네", "소비자를 우습게 보나? 세일 가격도 못 믿겠다"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잦은 세일은 백화점에 대한 이미지, 신뢰도 역시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의 잠재 주 고객이 될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인식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들은 합리적 소비를 위해 해외직구를 적극 활용하거나, 백화점은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볼 수 있는 장소이지 구매를 하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세일행사가 지금 당장의 반짝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업체들은 단순히 세일기간만 늘려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혜택과 마케팅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부 미끼 상품을 선보여 '최대 90% 할인'이라는 문구를 달기보단 할인 폭이 낮아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에 할인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가격 할인보단 각종 이벤트를 마련해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만약 이러한 노력 없이 지금처럼 세일 기간만 늘린다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쇼핑 시장에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