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재해석 공통점, 개인 독창성 통한 '하이퀄리티'

[미디어펜=김태우기자]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이안 칼럼과 피터 슈라이어가 한국에서 숙명의 대결을 펼쳤다.

차례로 국내 시장에 등장한 재규어XJ와 기아차 올 뉴 K7의 때문이다.

   
▲ (사진왼쪽)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사장과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기아자동차·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5일 등장한 재규어의 XJ와 26일 등장한 기아자동차 올 뉴 K7은 서로 다른 차급이지만 디자인부문에선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을 벌였다.

두 차량의 디자이너가 같은 영국 왕립 예술대학 선후배 사이이며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맹활약을 하고 있어서다. 또 공교롭게 두 차량의 출시시기가 1월 말로 겹치며 대중들의 관심은 더욱 높았다.

이안 칼럼과 피터 슈라이어는 평소 서로가 디자인한 차량을 공식석상에서 칭찬할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들의 전 세계 완성차 시장 중 한국에서 숙명의 빅매치를 펼친 것이다. 더욱이 두사람이 각사에서 추구한 방향성이 비슷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유도했다.

이안 칼럼은 기존 재규어에서 보유하고 있는 영국적인 디자인을 재해석했고 피터 슈라이어는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기아차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완성시키고자 1세대 K7의 디자인을 유지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시켰다.

먼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안 칼럼은 XJ의 런칭쇼 현장에서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을 소개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져야 할 헤리티지(전통)의 중요하다”며 “전통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는 단순한 카피가 아닌, 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규어의 대표적인 디자인 전통 중 하나인 ‘원형 헤드램프’의 변화”라며 “뉴 XJ에서도 미묘하긴 하지만 네 개의 라운드 헤드라이트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노력했으며 기술의 진보와 함께 변화된 헤드라이트를 통해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XJ의 디자인을 소개했다.

그는 또 “시대발전에 부응하는 것이 새로운 재규어”이며 “그 대표적으로 뉴 XJ의 그릴은 재규어의 일관성을 계승하는 얼굴이 될 것이다"고 강조하고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관성의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고 피력했다.

기존전통으로 자리 잡은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을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발전시켰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위쪽)올 뉴 K7과 재규어 XJ/기아자동차·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반면 K시리즈 시작을 알리며 선풍적인 인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기아차 디자인철학의 창시자 역할을 맡았다고 봐도 무방한 피터 슈라이어는 K7 1세대의 핵심아이콘 호랑이코 그릴의 재해석에 심열을 기울였다.

행사에 참석해 디자인 설명을 한 피터 슈라이어는 “‘호랑이 코(타이거 노즈)’전면 그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랑이 코’ 전면 그릴 디자인은 기아차 아이덴티티다”고 소개했다.

또 그는 “새롭게 해석한 전면그릴은 Z형상의 램프와 잘 어울린다”며 “기아차만의 DNA를 담고 있는 전면 그릴을 통해 기아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 등 기아차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피터 슈라이어는 강력한 특징의 호랑이 코 전면 그릴은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진화를 통해 다른 라인업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호랑이코 그릴을 보면 누구나 기아차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아차는 앞으로도 변화를 이어가며 새롭게 출시되는 신차에도 각 세그먼트에도 변화를 줄 것”이며 “고객이 원하는 부분은 언제든지 디자인 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처럼 세계 정상에 서있는 두 디자이너가 기본적으로 기존의 이미지의 재해석을 추구하는 방향성은 비슷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각사의 브랜드 성향에 맞춰 자신들만의 특색을 만들어냈다는 차이점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관계자는 “기아차와 재규어가 각자 디자인 드리븐카를 출히하고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이다”며 “하지만 세계정상의 디자이너들이 국내시장을 무대로 정면대결을 펼쳤다는 것에 대해 업계관계자로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