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부처는 '고립' 자초할 가능성
ICT전담부처의 설치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해당 업계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지들은 업계를 편든답시고 독립부처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도 국회 통과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독립부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좁은 식견과 기존 이익만 바라보고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현재 ICT와 관련된 다른 부처와 과학기술분야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ICT독립부처 설립을 찬성한다고 본다면 정말 ‘눈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입만 열면 말하는 ‘융합’을 하려면 다른 과학기술 분야와 콘텐츠를 같이 다루는 부처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 별도의 독립 부처로 있으면 예전 정통부처럼 관련 분야와의 ‘융합’보다는 ‘대립’과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미래창조과학부 내에서 어느 정도 독립성을 부여 받으면서 같은 부처 내에서 다른 과학기술과 콘텐츠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창조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에 내다 팔고 있는 스마트폰을 독립ICT부처가 맡는 게 좋은가, 아니면 미래창조과학부가 맡으면서 같은 부처 내에서 ICT전담부서와 관련 국실들이 서로 협의하는 게 좋은가를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분명한 ‘영역’을 긋는 걸 선호하는 사고로는 열린 사고를 필요로 하는 ‘융합’을 하는 데 서투르다. 지금 전담부처 운운하는 사람들은 폐쇄적 사고와 현실 이익추구형에 가까운 사람들로 볼 수 있다. 이런 류의 사람들이 ‘타협’과 ‘합의’란 선진 행정 문화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기자의 생각으로는 ICT전담부처로 만들면 ICT업계를 더욱 축소시킬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미래창조과학부로 가면 ICT의 파이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 ICT가 조선산업으로 가고 로봇산업으로 가고 우주산업으로 가고, 문화콘텐츠로 가고, 교육콘텐츠로 가는 판에 웬 전담부처 타령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전담부처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막 태동했던 여명기와 초기 성장기에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물론 주체의식을 갖고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전문인들은 필요하므로 전담차관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일례로 우리나라 전자책 발전이 더딘 이유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프로그래머들이 앞장 서기 때문이라고 본다. 책이라면 그것이 스마트폰이든 종이든 내용을 만드는 사람들이 주체자가 돼야 하는데, 자꾸 전자책이라고 기술자들이 앞장서려고 한다.

조선산업과 로봇산업에 ICT가 주요 기술로 들어간다고 해서 ICT 기술자가 배를 만들려고 하고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 융합시대의 ICT는 뒤로 빠져서 측면에서 도와주는 위치로 가야 한다. 그렇다고 독립적으로 발전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 ICT 전문분야도 있다. 그런 곳에서 스스로 홀로 서기 하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진흥업무와 규제업무를 떼어놓은 것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렁쿵 말들이 많다. 방송위원회시절부터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진흥과 규제를 함께 가져간 것은 총체적으로 봐서 실패로 끝났으므로 분리하는 게 마땅하다.

진흥업무와 규제업무를 같은 조직에 두다 보니, 두 업무 모두를 고려해 결국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 ‘식물조직’이 되고 말았다. 솔직히 방송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방송 진흥을 위해서 한 일이 한 가지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이는 마치 생각만 많다 보니 아무런 행동도 못하는 ‘햄릿’조직이 돼 버렸다.

따라서 미래창조과학부든 문화관광부든 이들은 오로지 진흥업무만 생각하고 새로운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업무만 검토한 뒤에, 콘트롤타워 아래 토론과 협의를 거쳐 합의를 하는 게 그나마 결정을 내리는 정부가 될 것이다. 정부가 하는 가장 나쁜 일은 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결정을 하지 않으면, 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세월만 보내게 된다.

정부조직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각자 위치에서 보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와 세계 경제와 과학기술의 흐름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