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벌이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마케팅’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27일 이희호 여사를 찾아 녹취를 공개를 사과했다. 353일만에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문재인 의원은 김홍걸 교수 영입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낙상으로 입원중인 병원을 찾아 신년인사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국민의당은 대변인을 통해 “자체 조사결과 당시 수행한 실무진이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안 의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큰 결례를 했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공식 사과했다. 안 의원측은 당초 이희호 여사가 신년 인사 자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희망을 느낀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녹취록에는 안철수 의원이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말하자 이 여사는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만 답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왜곡 파장이 일었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숱한 압박과 당내 분열과 갈등에도 지켰던 당 대표직을 353일만에 드디어 내려놓았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다”고 회고한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총선에서 백의종군키로 했다.

   
▲ 'DJ마케팅' 문재인·안철수…박지원 "이희호·김홍걸 이용 하지마".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이희호 여사 녹취록 파문과 더민주 문재인 대표의 김홍걸 영입이 팜눔을 일으키고 잇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표는 4·13 총선까지 대표직에 미련을 가졌지만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폭풍과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민심의 이반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리더십 문제가 불거면서 당은 극심한 내홍에 빠져 들었고 친노와 비노의 갈등은 결국 분당이라는 최악 사태로 번졌다. 결국 분당 이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대표직에서 하차했다.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양보없는 인재영입 경쟁을 벌여 온 문재인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 놓는 날 19번째 외부인사로 문미옥(48·여)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을 입당시켰다. 앞서 문재인 대표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교수를 영입했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표의 김홍걸 교수 영입 발표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금수저 세습용’이라는 비난까지 일었다.

김홍걸 교수의 영입으로 철지난 ‘홍삼 트리오’까지 재등장했다. 3선 의원을 지낸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청탁과 금품수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행 3년을 선고받았다. 차남 홍업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3남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같은 시기에 구속됐다. 당시 세간에서는 이들 비리 3형제를 일컬어 ‘홍삼 트리오’라 불렀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도 넘은 ‘DJ 마케팅’에 대해 더민주를 탈당한 무소속 박지원 의원은 27일 두 사람을 동시에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두 대표(문재인·안철수)가 이희호 여사를 활용했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지나치게 너무 나이 드신 어른을 정치권에 데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박지원 의원은 김홍걸 교수 더민주 입당과 관련해 굉장히 아쉽고 유감스럽다며 “이희호 여사께서도 그런 정계 진출을 바라지 않고 계시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그러나 본인도 이러한 내용을 잘 감안해서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 녹취록과 관련해서는 “상대방 측에서 녹취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떻든 일방적으로 그렇게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유감 표명을 한다”고 안 의원측을 겨냥했다.

앞서 보수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문재인 대표의 김홍걸 교수 영입이 있던 날 트위터를 통해 “김대중 정권 당시 뇌물 22억원 먹은 것으로 징역형 받은 것과, 김대중의 아들이란 것 이외에, 국민적으로 인정받는 김홍걸의 공적 활동이 뭐가 있나요. 이게 바로 정치적 금수저 세습이 아니면 뭡니까”라고 지적했다. 변 대표는 “생계형 범죄 저질렀으면, 문재인당 공약대로 바로 제명시켰을 겁니다”라며 “김대중으로부터 금수저 물고 태어나, 22억 정도는 먹어야, 사람대접 받는 게 문재인당입니다”라고 비난했다.

결국 문재인·안철수의 원칙 없는 인재영입 경쟁과 호남 민심 잡기 과열양상이 ‘금수저 정치’와 ‘DJ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논란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은 지난 25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통합한데 이어 27일에는 박주원 의원과의 통합도 선언했다. ‘새정치’를 내세우며 더민주를 뛰쳐 나갔던 탈당파나 세력들이 결국 ‘헤쳐모여’를 통해 ‘헌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