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생산적 지대추구…정치인 관료가 ‘갑’인 사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미디어펜 회장

상공농사(商工農士)의 실사구시적 이념이 경제를 살린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이나 관료라는 권력자가 되어, 국민에 봉사하는 일보다도 그동안 소위 을로서 맺힌 한과 설움을 풀고 모든 사람위에 군림하고자하는 군상들과 이에 더하여 이들에 줄을 서서 더 큰 기득권층을 구성하는 거대한 소위 지식인 사회까지 모두 비생산적 지대추구에 몰두하는 사회가 되었다.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그 동안 잠간 가라앉았던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이념이 급속도로 재생되고 있다. 어디를 가도 정치인이 갑이요 관료나 전직관료가 갑인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이 대열에 끼고자 줄을 서고 있다. 이 사회에 자조(自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은 점차 2등 3등 국민이 되어가고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일어난 문명사의 일대 변화중 하나는, 아마 미국경제가 태양이지지 않는다는 그 막강 영국경제를 추월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일은 그 전 세기 막강 중국을 영국이라는 섬나라가 추월하여 서양의 세기를 열은 사건 만큼이나 큰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 개발연대이후 한국은 민주화와 선진화라는 이름하에 대기업(가)들을 재벌이라고 폄하하고 중소기업들은 무조건 1/N로 지원하여 성장역행적인 기업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소위 재벌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독재정권의 화신인양 규정함으로써 성공한 기업(가)들을 폄하했다./사진=미디어펜

영국은 17세기에서 19세기 초까지에 걸쳐 소위 “현대식 유한책임 주식회사”제도를 발명하여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세계경제를 제패하였다. 인도와 아프리카 식민을 주도한 동인도회사 또한 국가권력을 부여받은 주식회사였다. 르네상스 이후 과학기술의 혁신과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대량생산방식을 이용하여 값어치 있는 재화와 서비스로 전환시킨 주식회사기업제도가 영국으로 하여금 산업혁명을 통해 중국을 추월하고 서구의 시대를 열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영국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적 이념이 강한 귀족사회였다. 주식회사 제도를 발명했으나 상류층의 인재들은 여전히 기업을 일으키고 기업의 일원으로 삶의 성공을 추구하기보다도 정치가나 관료, 학자 등 소위 고매한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영국 등 서구의 소위 선진 기존질서에서 이탈하여 신대륙으로 이주한 “새로운 아메리카인”들은 모국과는 전혀 다른 개척자적 인생관과 세계관을 창출하였다. 자본주의적 기업을 일으켜 대기업으로 키워내고 그 조직의 일원으로서 부를 일구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인생의 삶의 가치로 여기는 새로운 이념을 창출하였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실사구시적, 기업 친화적 세계관을 창출하여 영국모국이 발명한 기업제도를 최상으로 활용하여 짧은 기간에 영국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영국은 기업가나 기업가적 삶을 인생의 수단으로 간주하였지만 미국사회는 이를 인생의 목적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신대륙문화를 창출하여 강력한 기업생태계를 창출함으로써 세계경제를 일세기이상이나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류대학을 박차고 나가 창업하는 것을 아무도 폄하하지 않고 졸업생들이 얼마나 많은 창업을 하였는지를 자랑으로 여기는 대학문화가 미국의 강력한 기업생태계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경제는 경제학이 대책없이 주장하는 “보이지 않은 손” 이론에 빗대어“보이는 손”인 기업이 이끄는 경제라고 비유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바로 역동적인 기업과 기업가들이 이끄는 경제이다. 이들이 폄하되는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도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동북아에서도 일본의 명치유신이 그러하고 한국의 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이 그러하고 중국의 지난 30년의 기적이 그러하다.

일본은 명치유신으로 중앙집권이 강화되면서 봉건제의 산물인 사농공상의 최상층이었던 사무라이계급이 무너지고 이들이 주판을 든 사무라이로 변신하여 산업보국의 이념을 체화한 새로운 기업가그룹을 형성하면서 일본의 근대화가 가능하였다.

한편 한강의 기적을 이끈 박정희는 성공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함으로써 오천년도 더 되는 세월, 사농공상의 계급이념 속에서 짓눌렸던 한민족의 기업가적 창조의 본능을 살려내어 오늘날 세계를 호령하는 세계적인 한국기업들을 만들어내었다.

나아가 모든 기업을 국유화했던 사회주의체제의 몰락 속에서 다른 체제전환국들은 거의 모두 기업이라는 조직의 재건에 실패하여 농경사회로 역주행 하였으나 중국의 등소평은 일본과 한국의 기업주도성장경험을 잘 살려 선부론(先富論)이라는 부를 쌓는 자를 우대하는 반 사농공상의 이념을 앞세우고 국영기업에 신속하게 자본주의적 경영을 도입하여 지난 30여 년간 기업주도 산업혁명을 이뤄내었다.

자본주의경제의 창발은 산업혁명이든, 지식경제든, 창조경제든 사농공상의 계급이념을 탈피하여 상공(商工)업을 통한 부의 창출자들이 대접받는 보다 실사구시적 이념을 창출하고 이에 부합하게 기업과 기업가를 존중하고 과학과 기술을 보다 숭상하는 제도와 정책을 통해서만 가능하였다.

   
▲ 이 시대가 조선조의 몰락을 가져온 사농공상의 계급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에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동안 여야 국회를 비롯한 정치인들 및 관료사회는 법과 정책으로 기업(가)들 위에 군림하는데 혈안이 되었다./사진=미디어펜

개발연대에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을 경험하였던 한국경제는 지난 30여 년간 선진화한다고 갖가지 균형성장정책을 추진했으나 오늘날 오히려 저성장과 양극화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학은 아직도 이 불가사이의 원인을 못 찾아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은 바로, 중소기업들을 육성하여 많지 않지만 세계적인 대기업들을 육성하고 동반성장을 이룬 개발연대의 기업육성전략과는 반대로, 균형성장의 이념 하에 성장하는 기업(가)들을 폄하하고 사농공상의 계급사회를 재건하는데 온힘을 기울여온 지난 30여년의 균형성장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개발연대이후 한국은 민주화와 선진화라는 이름하에 대기업(가)들을 재벌이라고 폄하하고 중소기업들은 무조건 1/N로 지원하여 성장역행적인 기업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소위 재벌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독재정권의 화신인양 규정함으로써 성공한 기업(가)들을 폄하하고 사농공상의 농경사회 계급이념을 재건하는데 온힘을 기울였다.

그동안 정치인들과 관료사회는 법과 정책으로 기업(가)들 위에 군림하는데 혈안이 되었고 대학사회는 세계 일류 기업가들의 양성보다도 소위 정치인, 관료와 훈고학자(訓詁學者) 등, 부의 창출이 아니라 그 소비에 몰두하는 비생산적 계급을 양성하는데 자원을 낭비해 왔음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이 시대가 조선조의 몰락을 가져온 사농공상의 계급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에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업을 일으키고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국가번영에 기여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가문의 영광이 되는 상공농사(商工農士)의 실사구시적 국부창출의 사회이념이 확고해져야 젊은이들의 창업과 중소기업의 성장과 대기업의 세계시장개척을 역동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폄하하는데 혈안이면서 성장의욕에 충만한 기업가와 기업이 활개 치는 선진 한국경제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성공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좋은 기업이 일어나고 경제가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성공기업을 누구보다도 존중한 박정희 경제정책패러다임은 아직도 살아있는 경제학이다.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미디어펜 회장

   
▲ 사농공상(士農工商) 계급이념이 급속도로 재생되고 있는 이 사회에 자조(自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은 점차 2등 3등 국민이 되어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위 글은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가 1월 27일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