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의화 국회의장이 28일 ‘식물국회’의 주범으로 지목된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을 보완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을 제출했다.

국회의장실 장우진 정무비서관과 이민경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정 의장이 여야 의원 20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정 의장의 개정안에 서명한 의원은 새누리당 길정우 김용남 김용태 김종태 문정림 유승민 박성호 이이재 이재오 이철우 정두언 정병국 함진규 홍일표 홍철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무소속 유승우, 황주홍 의원 등 20명이다.

중재안은 기존의 안건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를 고쳐 신속처리안건의 최장 심사기간을 330일에서 75일로 단축하는 한편 신속처리 대상 지정 요건을 현행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에서 과반수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지정 요건을 ‘국민 안전의 중대한 침해’ 또는 ‘재정·경제상 위기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먼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의 권성동 의원은 부분을 들어 국회의장의 자의적 판단으로 상정 여부가 좌우되는 ‘의장 독재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 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를 추가,상임위원회 재적 5분의 3 이상의 의결이 필요한 신속처리대상 안건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회의 상정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권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8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운영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 상정 절차를 앞두고 있다. 사전 공지에도 불구하고 운영위 회의에 불참했던 야당은 여당 단독으로 이뤄진 의결 절차를 문제삼았고, 국회법 개정 자체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 취지엔 공감하지만 여당의 개정 절차 및 개정안 내용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중재안을 발의했다. 일단 중재안을 중심으로 운영위가 열릴 예정이지만, 여당은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완화에 방점을 찍었고 야당은 예산안 자동상정조항을 손대려 하는 등 양측의 이해는 명확히 엇갈리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어제(27일) 더민주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내일(29일) 운영위를 열자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에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부분은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수용할 수는 없지만 운영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며 국회법 개정을 논의하더라도 예산안과 예산안 부수법률안 자동부의 조항 등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으로 열릴 운영위에서 여야가 정 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새누리당은 애초 발의 후 운영위에서 부결시킨 권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법 87조에 근거,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에 따른 본회의 상정을 추진한다는 기존의 전략을 재개할 방침이다.

특히 권 의원의 개정안에 정 의장의 중재안을 반영한 수정안 형태를 취함으로서 정 의장에게 이를 직권상정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겠다는 계산도 있다. 

한편 정 의장의 중재안이 발의된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서는 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청구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려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