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지난해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에서 1000억원대 손실이 난 것으로 나타닜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신학용 의원(무소속)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만기를 맞은 원유 DLS는 발행액을 기준으로 8257억원어치였다.

그러나 실제 투자자들이 돌려받은 돈은 7140억원으로 손실액이 1117억원에 달했다. 평균 13.5%의 손실이 난 것이다.

당국이 집계한 원유 DLS의 손익 실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별 원유 DLS의 손익률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증권은 946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상환액이 412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56.5%의 가장 높은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어 유안타증권(-23.8%), 대신증권(-17.1%), 신한금융투자(-14.4%), 현대증권(-10.2%), KDB대우증권(-7.4%)도 성적이 저조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2.3%), 삼성증권(1.6%), 하나금융투자(1.0%), 한화투자증권(0.7%) 등은 저유가 추세 속에서도 미미하나마 수익을 내는데 성공했다.

작년 원유 DLS 발행액은 대우증권이 298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NH투자증권(1862억원), 대신증권(1215억원), 현대증권(849억원), 신한금융투자(774억원), SK증권(521억원), 하나금융투자(514억원) 순이다.

이런 가운데 작년 발행된 원유 DLS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만기가 돌아와 추가적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작년 6월 61.43 달러까지 올라 단기 고점을 찍고 지난 20일 28.35 달러까지 고꾸라졌다가 최근 30달러대 초반으로 겨우 올라선 상태다.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급락 여파로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우려가 부상했지만 아직 대랑 원금 손실 사태가 현실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유 DLS는 작년에 이미 원금 손실 사태가 현실화했고 올해 들어서는 손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작년 말을 기준으로 원유 DLS의 발행 잔액을 1조7000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인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지난 27일까지 상환된 원유 DLS 45개에서만 이미 723억원의 손실이 났다.

이 기간 1255억원어치의 원유 DLS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투자자들은 531억원밖에 돌려받지 못해 평균 손익률은 -57.6%를 기록했다.

22일 만기가 도래한 한화투자증권의 '한화스마트(DLS)187'은 손실률이 무려 74.61%를 기록하기도 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하는 원유 DLS가 실제 전체 물량의 85% 수준임을 고려하면 실제 이 기간 원유 DLS 전체에서 난 손실액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지금 같은 저유가 추세가 장기화해 원유 DLS가 평균적으로 50%가량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가정할 때 투자자들이 8000억대의 손해를 더 보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원유 DLS는 투자 기간 WTI 등 기준이 되는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미리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국제 유가가 가입 당시의 40∼60% 이하로 내려가면 이론상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신 의원은 "최근 ELS, DLS 등 파생결합증권의 대량 원금 손실 사태가 현실화함에 따라 제2의 키코 사태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 당국이 파생 상품 대중화 이면에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