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 스마트폰, 동시 공격하는 새 카테고리 될까?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애플의 아이워치 개발 소식을 유력하게 보도했다.

아이워치가 어떤 기능을 가질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계와 스마트폰의 기능을 어떤 구성으로 디자인화하는가에 따라 아이워치의 정의가 다양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이워치의 성공 여부는 럭셔리 시계와 패션 시계와 같은 수준의 디자인을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본 경험이 있는 애플의 디자인 역량이라면 아이워치에서도 충분히 유행을 창조할 디자인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애플이 이 새 기기에서 아이팟과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와 같은 디자인 혁명을 일으킨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글로벌 시계 시장은 460여 억 달러 수준이다. 시계는 럭셔리(1,000-5,000 달러), 고가(300-999), 미들 (50-299), 저가(50달러 이하) 등으로 나눠지고 있는데, 아이워치는 먼저 고가와 미들 시장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계는 스토리를 접목한 럭셔리 마케팅과 패션화로 시장을 구획하고 스위스와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태리등 글로벌 시계와 패션 기업들이 점유율을 나눠가지고 있다. 이 틈새에 디자인과 테크놀리지 이미지, 편의성, 다양한 기능 등을 입힌 아이워치를 내놓을 수 있다면 새로운 상품의 정의와 세크먼트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계는 휴대폰보다는 몸체와 손목띠, 재질 등에서 디자인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여지가 큰 아이템이다.

시계는 웨딩 예물이라는 든든한 수요 기반을 갖고 있어서 디자인과 마케팅만 뒷받침된다면 손해 볼 일 없는 안정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시계에 대한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의 이머징 수요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흔들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인이다.

나아가 아이워치는 기존의 스마트폰 시장도 잠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하철을 타보면 비좁은 출퇴근 공간에서 두 손을 들고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목에 차는 아이워치가 멋지고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디자인을 보여준다면 젊은이에게 편리함과 자기과시욕을 자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플 입장에서는 삼성과 구글에 의해 스마트폰과 운영체제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므로 자기잠식효과(cannibalization effect)를 각오하고 스마트폰 시장과 시계 시장을 동시에 공격하는 파괴적(disruptive) 전략을 지금 숨죽이고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아이워치는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을 때부터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그의 유작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그동안 아이워치 루머가 미국 IT매체와 블로그에서 지속적으로 퍼져오다가 드디어 주류 매체에서 거의 확인 기사로 등장하고 있다. 애플의 전형적인 신비주의 혹은 루머 마케팅을 보는 듯하다.

삼성과 LG 등 국내 업체는 아직 스스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시장을 장악해본 경험이 전무하다. 이제 막 추적자의 안정감에서 퍼스트 무버의 불확실성으로의 전환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기업들에게 아이워치가 악몽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삼성은 스마프폰의 위기를 용케 극복한 바 있지만 아이워치에서 또다시 애플에게 당할 수도 있다. 불확실함을 견뎌내고 실패를 기꺼이 용인할 수 있어야 퍼스트 무버의 ‘창조성’이 나온다. 지금 삼성과 LG, 팬택은 그런 마음 자세가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