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역할놓고 민주당 합의안해줘 국정 올스톱
박근혜정부가 25일 공식출범했지만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이 여야간 이견으로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박근혜정부 시작부터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 간사단 회의를 통해 "박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지금 상황은 국회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며 "정부 출범의 기초가 되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지 못하고 있고, 인사청문회도 4~5곳이 날짜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쟁점이 되는 것은 방통위의 위상이다. 인수위는 현재 방통위가 갖고 있는 방송통신 진흥기능과 방송광고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전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방통위는 지상파,종편,보도 채널과 관련한 인허가 업무와 방송통신 이용자보호 등 150여명 수준으로 구성되며 입법권이 없는 일반행정위원회수준으로 축소된다.

그러자 민주당이 케이블,위성,IPTV,주파수 등 유료방송과 지상파 플랫폼 및 PP 등이 미래부로 가는 것은 현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합의점을 찾지못하고 있다.  24일 여당이 방송광고를 방통위에 남겨두고 방통위의 입법권을 보장하면서 중앙행정기관으로 존속하도록 하겠다고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황우려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조직개편 협상과 관련, "야당이 비보도 방송 부분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통신과 융합해 관장할 수 있게 해준다면 추가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독립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제안했다. 또, 황 대표는 "소관 사항에 대해 미래부 장관과 공동으로 법령 재·개정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며 "코바코를 비롯한 광고판매도 방통위에 귀속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은 보도냐 비보도냐를 구분하지 않는다. 보도의 공정성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방송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공정성, 공익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보도 방송부분을 미래부로 보내라는 요구는 방송의 공정성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이러한 주장은 몇가지 측면에서 정도를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부조직개편안 논의초기에  민주당은 ‘6가지 핵심 사항’으로 △반부패검찰개혁(중수부 폐지·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중소기업청 부 승격 △방송 공정성을 담보(방통위 중앙행정위원회 법적지위 유지·방송진흥과 규제 방통위 관할)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 보장 △통상교섭처 신설 △산학협력 기능의 교육부 존치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 등을 포함한 반부패 제도 개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우 독립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논의 ▲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격상하는 문제는 중기청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 ▲농림축산부의 명칭에 식품을 넣는 방안은 합의 ▲금융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 ▲교육부의 산학협력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 역시 민주당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 ▲우정사업본부는 독립성이나 독자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 제시 등의 방식으로 야당의 의견을 일정부분 수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방통위의 위상문제를 문제삼는 것은 여당프리미엄을 인정치 않고 합의가 원칙인 국회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시작부터 비협조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이 길어지면 현정부의 국정운영의 지연으로 인한 손실도 크겠지만 결국 당장 내년앞으로 다가온 지자체선거에서 야당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통위의 위상부분도 문제가 된다. 방통위의 관계자는 "현행 방통위처럼 행정부내에 야당이 포함되는 것은 대통령중심제의 원칙상 맞지 않는다"며 현행 합의제기구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국정감사때 야당측 의원이 방통위원장, 부위원장이 있는데 위원장은 도외시한채 부위원장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조직의 체계자체를 흔드는 것이라며 방통위의 조직문화가 정상적이지 않음을 비판했다. 즉 행정부내에 합의제 위원회는 작을 수록 좋다는 의견인 것이다. 방송만을 따로 떼내어 공공성의 명분으로 역할을 키우려는 것은 자칫 오해하기에 따라서는 야당이 추천하는 차관급 2자리의 역할을 키우려는 것이며 밥그릇챙기기로 비춰질 수 있다.

원래 1000여명 수준으로 예상되었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인수위에서 언급한 규모보다 대폭축소된 800여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정보통신 표준화·이러닝을 포함한 지식서비스, 문화체육관광부의 소프트웨어 기반기술 정책·게임콘텐츠,방송콘텐츠 등이 빠져서 IT업계에서는 껍데기만 남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료방송플랫폼과 PP관련 업무가 방통위에 남게 된다면 미래창조과학부는 ICT가 실종된 과학부+알파에 불과한 어중간한 부서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간 합의불발을 언제까지나 지켜볼 수만없는 상황에서 합의가 안된다면 여당은 조속한 시일내에 표결을 통해서라도 인수위가 제시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안통과를 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