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정부가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국내 투자 편의 확대를 위해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omnibus account)'를 도입하기로 했다.

31일 금융위원회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다수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계좌로 통합 운용하는 옴니버스 어카운트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오는 5월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 1992년 이후 줄곧 유지돼온 외국인 등록제도(ID 제도)가 약 24년 만의 변경이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통합 처리하는데 필요한 계좌로, 그간 우리나라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금융투자업규정 등 관련 규정을 고치고 외국인 투자관리시스템을 개편하고 나서 5월부터 일부 외국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통합계좌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부터는 새 제도를 전면 시행한다. 외국인 통합계좌가 허용되면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한국 증시 투자 편의성이 한층 제고된다.

현재 수많은 펀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우리나라에서만은 각 펀드별 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거래해야 했다.

지금도 외국인 투자자의 편의를 위해 매매 주문을 통합해 할 수 있는 '명목 계좌'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결제는 세부 계좌별로 모두 따로 해야 해서 쓰임새가 많지 않았다.

또 외국의 개인이나 중소형 기관 투자가들이 메릴린치 같은 글로벌 증권사를 통해서 한국 주식을 사려고 해도 한국 증권사에 별도의 증권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을 통해 향후 외국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대표 계좌 격인 통합계좌를 통해 먼저 거래하게 하고 실제 거래 주체가 누구인지는 결제 후 2일 뒤까지 금융감독원에 사후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거래 편의는 보장하되 외국인 투자 자금 모니터링 기능은 계속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누구든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해 실제 주식을 사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로 우리 당국에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와 같은 외국인 투자 제도의 틀은 1992년 우리나라가 증시를 외국인에게 처음 개방할 때 마련된 것이다.

이후 종목별 외국인 투자 한도가 서서히 높아졌고 현재는 한국전력 등 33개 종목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자 한도가 모두 폐지됐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다가 이번에 큰 변화를 맞게 됐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외국인 개인이나 중소 기관투자가들이 글로벌 증권사가 개설한 통합계좌를 이용, 한국 증시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도 펀드별 결제 등의 번거로움이 사라진다"며 "사후 보고를 통해 외국인 투자 자금 모니터링 등 정책 수단은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외국인 통합계좌 허용이라는 '성의'를 구체적으로 보인 만큼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감도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MSCI는 그간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의 경직성과 제한적 원화 환전 문제를 주된 이유로 들어 우리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유보해 왔다.

김 국장은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크게 원화 환전성과 투자등록 시스템이 문제로 제기됐다"며 "투자등록 시스템 문제가 이번에 어느 정도 개선됐고 원화 환전성 부분은 기획재정부가 시장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고 있어 조금 더 기다려주면 좋은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