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즉시 공개 매각 방침을 밝힌 현대증권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주목된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달 29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현대증권 즉시 재매각과 현 회장의 사재출연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현 회장의 사재출연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현대증권의 즉시 재매각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민간그룹인 만큼 현대증권의 매각도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현대그룹은 오릭스 PE(프라이빗에쿼티)를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절차를 진행해왔지만 이면계약과 파킹딜 의혹 속에서 오릭스 PE가 돌연 인수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매각 금액은 6475억원으로 현대그룹 전체 자구계획 목표치 3조5755억원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큰 액수였다.

현대증권 재매각 소식에 새주인이 누가될지 벌써부터 이목이 쏠린다. 일단 최근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계 자본이 거론된다. 삼성카드 등 국내 금융사 매각 루머에 단골로 등장하는 안방보험 등이다. 지난해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인수했고 우리은행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첫 번째 현대증권 매각과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던 시틱그룹, 푸싱그룹, 중신그룹 등 다른 중국계 금융그룹의 참여도 예상된다. 하지만, 오릭스 PE가 겪었던 외국계자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가 중국계 자본 현대증권 인수의 가장 큰 관건이다.

다음으로 유력하게 언급되는 것은 지난번 인수전에 도전했던 파인스트리트와 같은 국내 사모펀드(PEF)다. 현대증권은 PEF에 매력적인 투자처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자기자본 3조2198억원으로 업계 4위인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6500원억가량에 인수할 수 있어 추후 매도 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측에서도 다른 국내외 금융그룹에 경영권을 아예 내주는 것보다는 PEF에 매각하는 것이 나중에 경영권을 찾아오는데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등 몸집 불리기를 원하는 국내 금융사들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7조원대의 초대형 증권사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대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대우증권 인수까지 실패하면서 숙원사업이었던 비은행 강화 전략에 차질을 입고 있는 만큼 현대증권 인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낸 것도 현대증권 인수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약을 염원하고 있어 현대증권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힌다.

다만, IB·리테일·리서치 등 전분야를 고르게 잘 하는 대우증권에 비해 현대증권은 6000억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매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IB부문에서 이익이 많이 났고 리테일도 큰 폭의 흑자를 냈다"며 "올해는 인터넷은행 진출을 계기로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고객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