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증권사들이 지난해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에 따른 주식 거래 증가 등에 힘입어 기록적인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는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잠정 실적을 발표한 대부분 증권사들의 지난해 이익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삼성증권의 작년 영업이익은 3767억원으로 전년보다 125.6% 늘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활황세를 보인 2007년 이후 8년 만의 최대 실적을 냈다.

NH투자증권 역시 3141억원으로 150.4% 증가, 2007년 이후 최대 이익을 거뒀다.

대형사만이 아니라 중대형사의 이익도 이른바 '역대급'이었다.

교보증권은 전년보다 186.4% 증가한 9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1999년 이후 가장 큰 성과를 거뒀고, HMC투자증권은 전년보다 388.2% 늘어난 68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08년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SK증권의 영업이익(205억원)이 115.6% 늘어난 가운데 부국증권(302억원) 46.3%, KTB증권(101억원) 29.4%, 한양증권(116억원) 39.8%, 유화증권(106억원) 66.9%의 증가세를 각각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전망기관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 평균 기준)를 보면 현대증권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57.6% 늘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대신증권(259.9%), 메리츠종금증권(181.2%), 키움증권(158.0%), 대우증권(68.8%), 한국금융지주(52.2%) 등도 큰 폭의 이익 증가세가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의 이익이 급증한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저금리 속에서 부동자금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주식 거래가 늘고 주식 중개수수료 수입이 증가한 때문이다.

여기에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판매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 항공기 투자를 비롯한 대체투자 확대 등이 실적 호전을 뒷받침했다.

일부 증권사는 특별한 사정으로 부진한 성과를 냈다.

동부증권은 골프장을 운영하는 계열사 동부월드의 법정관리 신청 등 영향으로 골프회원권과 보유 대출채권의 손상액을 회계에 반영하면서 올해 영업이익(118억원)이 전년보다 44.4% 줄고 당기순손익은 97억원의 적자를 냈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중개 수수료 비중이 낮은 사업구조에 전년 호실적을 기록한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1481억원으로 25.8% 줄었다.

그러나 올해는 대부분 증권사의 영업이 악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주식 거래도 주춤하고 ELS도 조기상환이 힘들어지면서 관련 수입이 줄 것"이라며 "증권사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를 보면 작년 잠정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은 6개 증권사 중 5개사는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