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무릎이 아파 걷지도 못하는 60세(여) 이 모씨,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한 이 씨는 종합병원은 멀어 집에서 가까운 개인병원을 찾았다. 주변에서 워낙 인공관절수술을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이다. 진료를 받기 위해 찾은 이씨에게 대뜸 "실손의료보험이 있냐"며 묻는다. 실손보험이 없는 이씨에게 병원은 집안 식구나 친지 중 실손보험이 있는 사람은 없느냐며 재차 질문을 받는다. 자신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실손보험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는게 의아했다. "없다"는 대답을 하자 실손보험을 가입하라고 병원에서 권유했다. 진료를 받은 후 수술일자를 받은 이씨는 인공관절수술을 이미 한 친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받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실손보험이 있으면 병원에서 비싼 장비와 재료 등을 청구해서 수술 비용도 많이 차이가 난다며 실손보험의 용도를 설명했다. 실손보험이 수술비를 부담할 수도 있지만 병원에서 실손보험으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속셈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이준호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장은 지난달 21일 기자브리핑을 갖고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일부 문제병원에서 환자와 보험사기 브로커와 공모해 실손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하는 보험사기 혐의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36개 보험사기 혐의병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선량한 환자가 보험사기 전문 브로커 등의 유혹에 넘어가 보험사기 공범으로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보험사기범들의 금전적 이익 제공에 별다른 의심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범죄자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 수사당국과 금감원간 사무장병원 등 보험사기 공동조사결과 43개 병원, 976명을 보험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가운데 가짜 환자 891명도 포함됐다.

특히, 일상 생활과 밀접한 구인사이트, 정비업체, 병원 등으로 보험사기 유혹의 덫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병원의 경우 실손보험이 보험사기의 매개체가 된다. 보통 환자 대부분이 대형병원 위주의 진료 선호 경향이 짙기 때문에 소형 의료기관들은 운영상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또 노년층의 건강에 대한 관심, 국민소득 수준 향상과 외모 중시사상 등으로 미용과 성형 수요가 늘자 보험사기 브로커들의 유혹에 빠져 보험사기극에 가담한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이 사기범죄자가 전락하기도 한다.  

보험사기에 적발된 일반인의 경우에도 사기죄를 적용받는다. 가령 보험금 1억원을 편취했을 경우 징역 1년 이상의 구형을 받는다. 외제차 수리비를 이용해 렌트비까지 포함하거나 반복했을 경우 금액단위가 커진 만큼 징역형의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을 경우 1인당 환자별로 치면 몇 백만원의 벌금형을 맞게 된다. 물론 반복적인 보험사기 가담 여부에 따라 형벌은 무거워진다
 
손해사정사 등 전문 브로커는 병원 등을 돌며 경증 장해환자에게 고액의 장해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다고 유혹한다. 사전에 공모한 장해진단 병원내 의사에 환자를 소개하고 허위·과다 장해진단을 받도록 '장해등급 받는 요령'도 설명한다. 허리아래 부위에 통증 등을 호소하거나 무릎이나 팔꿈치 등 관전을 정상적으로 굽히지 말 것을 교육한다.

의사는 불법으로 수수료를 받고 환자의 장해상태보다 과장된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해 장해보험금 편취를 방조한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금감원은 과장한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장해보험금 39억원 등을 편취한 혐의로 전문브로커 23명 등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허위, 과장 후유장해진단서로 장해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는 보험사기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치료받지 않은 다른 병원에서 합리적 근거없는 고액의 장해보험금 수령 제안은보험사기로 의심하고 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보험설계사가 고액 입원보험금을 미끼로 보험가입 후 허위 입원을 권유하는 보험사기의 유형도 있다

일부 보험설계사는 고액의 입원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과거의 치료경력 등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토록 유도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환자들도 모집하기 위해 보험료 대납을 제안하기도 한다.

환자관리가 소홀하고 입원보험금 편취가 용이한 병원 등에서 허위·과다 입원 등을 권유하면서 보험에 대한 전문지식을 활용해 고지의무위반에 따른 계약해지 가능기간(3년) 경과 후 보험금을 청구토록 안내한다.

사전에 공모한 의사는 수수료를 받고 허위 입원확인서 등을 발급해 환자들의 보험금 편취를 방조한다.

상법 제651조에 따르면 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시 고의나 중과실로 중요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보험회사는 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수사과정에서 허위의 입원확인서를 발급하고 보험금 3억5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가짜 환자 22명 등 총 2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허위 입원확인서로 입원보험금 등을 청구하는 행위는 보험사기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또 보험가입시 치료경력 등을 고지하지 않으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고 보험계약도 해지될 수 있다.

일반사기에 비해 조직적 사기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강도나 사법당국의 처불 수위가 월등히 높다.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이득금액 1억원 미만 시 기본형량은 일반사기의 경우 6월~1년6개월이다. 조직적 사기는 1년 6개월에서 3년이다.

"공짜로 자동차를 수리해준다",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 등 보험약관에 없는 보장이나 대가에 비해 과도한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일 수록 보험사기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날로 진화하고 있는 조직적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키 위해 보험사기 조사 시스템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