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문재인 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첫 작품은 여야합의를 깨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여야 원내대표와의 합의에 보기 좋게(?) 어깃장을 놨다. 정당 정치에서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앞세워 정치적 파트너를 배신한 것이다. 또한 원내대표라는 더민주 소속 국회의원 대표의 체면과 위상을 헌신짝 취급한 것이다.

더민주는 여야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하며 기활법보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우선이라며 느닷없이 선거법으로 발목을 잡았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뒤집은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운동권 논리를 벗어나겠다고 공언했던 것은 ‘공갈포’에 불과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민주는 23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과 국회인권법을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합의했다. 하지만 29일 더민주가 본회의 자체를 보이콧하면서 법안처리는 무산됐다. 궁지에 몰린 이종걸 원내대표는 1일 “지난 23일 기활법과 북한인권법을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했을 때 선거법을 함께 처리한다는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핑계를 둘러댔다.

   
▲ 비주류는 짐을 쌌고 ‘친노’는 완장째 넘기며 물러섰다. 오롯이 칼자루를 잡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독주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기업·시장에 대한 불신을 가진 김 위원장과 대기업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 박영선 의원까지 가세 더민주의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 문재인 전 대표.(왼쪽부터)./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불과 일주민만에 합의를 뒤집은 이종걸 원내대표의 입장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당시 공개된 합의서에 명문화 되지 않은 선거법을 핑계로 둘러대고 있는 모습에서 더민주의 앞날을 보는 것 같다. 이종걸 원내 대표는 당연직인 비상대책위원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야말로 원내대표로서의 체면을 구길 대로 구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여야 합의 비토는 그야말로 원내대표의 추락한 위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마저 깨버린 비정상을 놓고 더민주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당의 방침을 놓고 당내에서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이리저리 끌려 다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결국 더민주가 강경파에 의해 여전히 당이 좌지우지 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특히 박영선 의원은 “기활법은 재벌 독점사회, 정경유착을 조장하는 재벌 특혜 금수저법”이라며 경제 위기 상황 등에는 아랑곳 없는 개인적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여론에 부담을 느끼자 1일 비대위회의에서 “합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비대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자기가 말한 것을 뒤집지 않았느냐 하는데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야의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한 행태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치 않다.

더욱이 김종인 위원장은 본회의 바로 전날까지 “지금까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중심으로 잘 협상했으니 그대로 둘을 중심으로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외(인사)인 김 비대위원장이 원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의회주의에 대한 폭거이자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력의 양지’만을 좇은 김종인 위원장이었던 만큼 영입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김종인 위원장은 불같은 성격의 독주형이다. 박근혜 캠프 당시에도 몇 차례나 짐을 싸며 사퇴 배수진을 치고 요구를 관철했다. 하물며 당내의 갈등으로 백의종군의 길을 떠난 문재인 전 대표에게 김종인은 통제 밖의 인물이다.

비주류는 짐을 쌌고 ‘친노’는 완장째 넘기며 물러섰다. 오롯이 칼자루를 잡았다. 당내에서 그에게 쓴소리를 할 만한 인물은 없다. 대기업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 박영선 의원까지 눌러 앉힌 것도 그의 보이지 않는 힘과 인연의 줄이었으니 그야말로 독주체제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시장주의에 대한 불신도 점차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대기업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인정하는 일방적인 재단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잘못된 허상, 즉 허수아비를 만든 후 이를 실체라고 비판하는 허수아비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운동권식 화법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중앙위원회에서 “수출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이 경제 불평등을 가져 왔고 사회 전반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국민통합과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하면서 포용적 성장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는 실체 없고 허구일뿐이라며 현실 진단이 전혀 안 돼 있다며 성장은 구호나 정치적 언사로 되는 게 아니라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