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원칙도 정치적 신념도 없는 ‘묻지마 인재영입’이 도를 넘어 ‘상도의’마저 저버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인재영입 초반 전문가 중심에서 점차 시민단체 인사로 쏠리더니 급기야 2일에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물러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 중 첫 야당행을 택한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캠프시절부터 청와대 비서관 재직시까지 정권의 민감한 사안을 다뤄왔다. 그리고 ‘청와대 문건 유출’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옷을 벗었고 최근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표는 마포의 식당을 직접 찾아 조응천 전 비서관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조응천 전 비서관의 영입을 놓고 더민주의 본격적인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더민주내에서는 공안검사 출신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 많은데도 조 전 비서관을 영입한 것은 모종의 역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3개월간 조 전 비서관 영입에 공을 들였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원칙도 정치적 신념도 없는 ‘묻지마 인재영입’이 도를 넘어 ‘상도의’마저 저버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인재영입 초반 전문가 중심에서 점차 시민단체 인사로 쏠리더니 급기야 2일에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물러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사진=연합뉴스
더민주 당내에서도 정도는 아니라며 위험한 사람을 당에 들인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향후 조 전 비서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묻지마 폭로’식으로 터트릴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조 전 비서관은 입당 전날까지도 더민주와 함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하룻만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배경과 처음부터 거짓말로 정치를 시작했다는 의혹과 동시에 비난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의 행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잘못된 선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재영입이 ‘전쟁’의 양상으로 흐르고는 있지만 정치적 상도의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위해 목적을 잃었다는 평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대방의 약점을 쥔 사람이자 그것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사람을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끌어들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조 전비서관은 현 정권 권력 다툼의 한 축이 아니었냐”며 “지금이야 더민주가 탄압받는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국민이 자리만 찾아 다닌 인사란 걸 아는 순간 부정적 여론이 일 것”이라고 일침했다. 청와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이 처음부터 정치적인, 불순한 의도로 문건 유출에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에둘러 말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입당 회견에서 “잘못된 권력과 국정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을 찾겠다”고 말해 ‘잘못된 권력과 국정’이 향후 청와대나 여권을 향한 저격수의 역할을 자인한 것임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조 전비서관은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박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과 친·인척 관리를 맡았다. 그야말로 선거에서 그의 ‘입’이 어떻게 열리느냐에 따라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부대변인은 “선거를 앞둔 더민주의 초조함과 조급함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내에서도 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현 정권의 사람이었던 조 전 비서관을 끌어 들인 것이 과연 적절하냐에 대한 이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총선에서 현 정권에 대한 공격수로 나설 경우 분당 사태에 이어 혁신은 고사하고 ‘헌정치’라는 집중포화를 맞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물은 20명이다. 이중 네 번째이자 여성 1호로 이름을 올렸던 김선현 교수(차의과대학 교수/트라우마 치유 전문가)는 논문 표절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 무단 사용 의혹 등으로 영입인사 지위를 자진 반납했다. 나머지 19명의 면면을 보면 문재인 대표의 인재영입의 키가 어디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영입 1호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전 NHN 게임제작 실장), 이수혁 전 국정원 1차장(전 김대중 정부 외교통상비서관), 오기형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중국 상해사무소 대표 변호사), 김빈 디자이너(현빈컴퍼니 대표), 양향자 상무(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 김정우 교수(현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전 청와대 국방비서관), 박희승 전 판사(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이 11번째로 영입됐다.

12번째로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오성규 전 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소장, 권미혁 '사단법인 시민' 이사장(전 여성민우회 회장), 오창석 전아나운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씨(전 민변 사무차장), 양봉민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 김병기 전국가정보원 인사처장에 이어 20번째로 조응천 전 비서관이 더민주에 입당했다.

운동권을 멀리하겠다는 더민주의 당략과는 달리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영입은 결국 점차 뒤로 갈수록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운동권 출신과 시민사회단체 인사에 이어 결국 조응천 전 비서관까지 영입하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총선 전략과 그 이후의 지도가 예상되고 있다. 또 다시 위험한 승부수를 던진 문재인 전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