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이 보복정치 오해 소지, 문재인식 적진 저격수 영입 '씁쓸'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나관중의 삼국지에서 잠간 스쳐가는 인물중에 양송이 있다. 조조가 한중으로 짓쳐 들어갈 때였다. 한중은 당시 방덕이 지키고 있었다. 조조는 인재욕심이 많았다. 방덕을 부하로 만들고 싶었다. 수하를 보내 방덕에게 황금갑옷을 주고 성안에서 내응해줄 것을 은밀히 부탁했다. 이때 양송이 등장한다.

그는 탐욕에 눈이 먼 사람으로 방덕이 조조와 내통하고 서로 짜고 싸움을 벌였다고 음해했다. 졸지에 궁지에 몰린 방덕은 조조에게 붙잡히자마자 투항했다. 조조군은 파중으로 쳐들어 왔다. 이곳을 지키던 장위가 조조의 용장 허저와 싸우다 세부족으로 목숨을 잃었다. 양송은 장로에게 직접 나가 조조군과 맞서 싸우도록 했다. 이때 조조군과 싸우다 퇴각해온 장로는 성으로 들어가려 했다. 양송은 장로에게 성을 열어주지 않았다. 장로는 붙잡혔다. 성안으로 들어온 조조는 양송이에게 주군을 팔아넘긴 죄를 물어 처형했다.

조조는 적의 주군을 배신한 양송을 통해 성안을 점령했지만, 곧바로 그를 죽였다. 조조는 양송이 언제 다시 배반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참모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반자를 그냥두면 언제 자신도 제2의 양송이한테 시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에 주군을 배신한 사람들은 숱하게 나온다. 영화를 누린 인물들도 있고, 나중에 토사구팽당하는 경우도 있다. 전쟁이나 권력쟁탈전 중에는 적진 참모들의 배신을 유도하고, 요긴하게 써먹는 경우가 많다. 주군이 무능해서 적장을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국지 조조의 천하대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허유도 원래는 원소의 책사였다. 주군을 모시는 신하나 참모는 충직해야 한다.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해서 보필하는 게 도리다.

   
▲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밝히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정치가 희망이라며 정계진출의 계기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역사는 충직한 신하를 평가한다. 조선조 세조시대 사육신 생육신이 추앙받는 것도 대표적이다. 주군을 끝까지 지키는 신하는 유방백세(流芳百世)의 귀감이 된다. 주군을 위해 간과 뇌를 길바닥에 쏟아붓는 충신들은 후세에 존경을 받는다. 꽃다운 이름이 백세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유치만년도 있다. 더러운 이름이 오래도록 남게 된다. 간신과 불충한 인간들, 부패 타락한 참모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한비자는 나라를 망치는 ‘8간(姦)’을 규정하고, 이중 자기의 욕망과 기호를 채우다 재앙을 일으키는 자를 양앙(養殃)이라고 했다. 권력 주변에 있는 참모들일수록 읽거수일투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벼운 처신이나 세치 혀를 놀리는 사람들은 주군에 피해를 줄 뿐이다.

조응천 천 청와대 민정비서관. 그가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입당의 변은 문학적이다. 레테의 강을 건넌다고 했다. 망각의 강을 건넌다는 것. 박근혜 정부와의 모든 인연과 업을 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비서관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대선캠프 때부터 네거티브 대응을 맞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 주변인사, 친인척관리도 책임졌다.

박 대통령 취임이후에는 민정비서실 공직기강 비서관에 취임했다. 청와대 직원 감찰과 장차관 인사검증까지 맡았다. 정권 핵심들의 내밀한 이야기들도 소상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의 X파일을 들고 더민주당에 투항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청와대와 등을 돌린채 적장의 참모로 들어간 것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돈다. 4월 총선과 내년 대선 등의 정치시즌에서 청와대와 여권을 상대로 저격수, 자객역할을 맡을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문재인의 한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권 재수를 통해 청와대에 입성하려는 그가 팔살기로 조 전비서관을 삼고초려해서 영입했다는 것. 조 전비서관이 적진에 가서 내놓은 일성은 거칠었다. “잘못된 권력과 국정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을 찾겠다” 청와대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그가 돌연 주군이 있는 청와대를 향해 잘못된 권력과 국정을 개혁하겠다고 했다.

한과 분노 앙심의 소리로 들린다. 그의 돌연한 행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오죽했으면 그렇겠느냐는 동정론도 있다. 대다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권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앙심이 등돌림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동양적 충의 시각에선 곱지 않다. 그가 이렇게까지 주군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정윤회의 국정개입 의혹 조사와 연관이 있다.

그가 관장하는 비서관사무실에서 비선실세 의혹 등이 담긴 문건을 박지만에게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건을 유출한 박관천 경정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책임자인 조 전비서관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씨가 문건 유출을 지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조씨는 무죄를 받았지만, 문건 유출과 연관이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불쾌한 심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돌연한 행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고위공직자의 처신이 가볍지 않느냐는 점이다. 아무리 개인적 한을 갖고 적장의 품에 안겼다고 해도 최소한의 공직자 윤리가 있다. 현재의 권력을 바로잡고 싶다는 자칭 정의감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행태를 정당화하려는 변명으로 보일 수 있다.

조 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를 흠집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했다. 외형적으로 공직수행에 대한 비밀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행적을 보면 100% 신뢰를 하기에는 불투명하다. 이 문제는 앞으로 그의 언행을 보면 드러날 것이다. 자기가 모셨던 주군과 참모들에 대해 원한을 갖고 이를 바로잡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한풀이 정치, 원한정치로 비칠 수도 있다. 사감으로 표면했는지, 내부고발자인지, 정치적 야심으로 신발을 바꿔 신었는지는 그의 향후 행보를 보면 알 것이다.
저격수로 돌변할 경우 본인은 물론 더민주에게도 심각한 역풍이 불 수 있다. 더민주를 살리는 약보다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문재인 더민주 전대표가 영입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영입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민주화공약을 주도했다.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문재인 전대표가 우리 정치를 이렇게까지 각박하게 만드는 지 답답하다. 여야간에 최소한의 금도가 있다. 적진의 장수와 참모들을 마구 영입해서 저격수로 활용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안가리는 정치권의 각박한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정치에서 굳이 의리와 동지애를 강조할 것은 아니다. 그래도 조 전 비서관은 보복정치를 하려 한다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 정치권에 진입하기위해 애초부터 불순한 의도를 갖고 문건 유출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청와대의 의혹에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하다.

국회의원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주군을 배신했다는 세간의 시선에는 뭐라고 해명할 것인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치권의 배신정치에 대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아무리 세상이 감탄고토(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 염량세태(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좇고 권세가 떨어지면 푸대접하는 세태)라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씁쓸하다. 주군을 모시는 참모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 행동의 자유도 없다. 끝까지 호위무사의 길을 걸어야 한다.

환란이 닥쳐와도 주군 곁을 지키는 참모는 언젠가는 평가를 받는다. 충직한 참모들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