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독일형사법박사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4·13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 예비후보자들에게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을 하면 굉장히 밉상을 산다”며 “약간 좀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 된다”고 충고했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제20대 총선 여성예비후보자 대회 ‘여성, 개혁 앞으로!’의 멘토와의 만남 코너에 멘토로 출연해 이같이 말한 것이다. 갑자기 나를 되돌아 본다. ‘나는 약간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짓고 다니지 않은 것 같다’ 라는 자기 반성에 빠진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후보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비판하든 칭찬하든 ‘네네네’ 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 그동안 배운 이론을 개진하는 것은 (선거에 도움 되는 일이) 아니다”며 “완전히 자기 자존심이고 넣어놓고 얼굴을 포커페이스로 만들어야 내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는 게 내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의 조언을 듣다보니 일응 수긍이 간다. 왜 선거운동할때면 후보자들이 그렇게 열심히 대답을 잘하고 다녔는지.

순진했던 시절, 가끔 의원들을 만나면 평소 생각하던 것들을 말로서 전하곤 했다. 그러면 당장이라도 실천에 옮길 것처럼 대답을 해주었다. 속이 시원했다. 나의 말이 바로 실현될것같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대답만 하고 그저 끝이었다.

“비판하든 칭찬하든 ‘네네네’ 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 ”라고 조언을 하니. 정말 그냥 대답만 하는 것이었나 보다.

그는 또 자신의 유세 경험을 전하며 “인간 심리가 이상한데 자기보다 똑똑한 건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고 할 때 사람들이 다가온다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의 며느리는 국민들이 다 아는 판사다. 며느리가 판사인데 똑똑하지 않은 여자를 운운하니. 그럼 여자는 똑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일까?

국회의원은 한지역의 대표다. 그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입법을 해야하는 입법기관의 300명중 한명인것이다. 국민이 뽑는 대표란걸 잊은 것일까? 모자란 사람이라고 하고 대답만 네네하고,  생각해 보면 국회의원들은 정말 대답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

포커페이스였단다. 그들의 얼굴표정이. 정말 실망스럽다. 여성국회의원을 늘려 달라고 하는 여성유권자들은 국회로 많은 똑똑한 여성들이 가서 제발 목소리를 내어 달라는 바램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억울하고 답답한 여성의 목소리를 대신 내어주는 똑똑한 국회의원을 바라는 것이었다.

   
▲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4·13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 예비후보자들에게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을 하면 굉장히 밉상을 산다”며 “약간 좀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 된다”고 충고했다./사진=연합뉴스
포커페이스로 억지로 웃고, 약간은 모자란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법을 만들어서 발의를 하게 된다. 그 법은 우리를 정말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효과적인 선거 전략에 대한 질문에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우리 딸 같다, 엄마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라는 말이 붙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 딸 같다, 우리 조카 같다, 엄마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여자가 가진 최고의 운동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기 저기 붙은 예비후보자들의 현수막에 왜 그렇게 여성들은 다정한 표정을 짓고 “oo의 딸” 이라는 구호를 쓰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선거에 당선하기 위해서 족집게 특강을 하는 마음은 백분이해가지만 우리가 원하는 국회의원과 정말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이에 더해 “여성보다는 아줌마 이미지가 다정다감해 한결 장점이 있다”며 “어떤 사람이 와서 싫은 소리를 해도 웃으면서 다가갈 수 있는 푸근한 이미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사람들은 푸근한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할까? 18대 국정감사때 김을동의원이 발언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많은 국정감사에서 다룰 소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웃으며 넘어가던 모습이...그녀는 다정다감한 아줌마를 지양? 지향? 하는 국회의원인가 보다.

국회의원들은 정말 발언에 신중을 해주길 바라고 싶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서 여성후보자들을 아니 여성들을 비하시키는 모습은 정말 나도 여자이기 때문에 화가 난다. 거울을 보고 한번 따라해 본다. 약간 멍한 표정을 짓고 눈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딸입니다. 하고 아줌마 같은 웃음을 지어보았다. 여성이기 보다 아줌마 이미지라.. 난 아줌마이기 보다는 여성이길 택하겠다.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일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들에게 선거 운동에 대해 조언하면서 “우리나라 정서에 여자가 너무 똑똑하게 굴면 밉상을 산다”고 했다. 나는 밉상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말 아닐때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억울할 때 억울하다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고 여자는 자고로 지고지순하게 목소리를 낮게 하라고 했다. 옛어른들이... 여자가 똑똑하면 드세다고 하고, 여자가 실수하면 여자라서 속이 좁다고 말을 했다. 나는 여자다. 그래서 가끔 억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맹하게 웃고싶지는 않다.

밉상? 참오랜만에 들은 말이다. 그런 단어도 있었다. 밉상... 나는 당당한 밉상이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누군가의 억울한 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면 끝까지 밉상이 되어서라도 바른말을 하고 싶다. 다소곳하지 않고 아줌마 같지않고 누군가의 딸 같지 않고 엄마같지 않고 나는 나로서 살고 싶다.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남자도 여자도 누군가의 ooo ...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다울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유권자들은 알고 있을것이다. 누가 포커페이스이고 누가 아름다운 자신의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