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0주년 현대상선…위기를 기회로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살리기에 전면적으로 나선 가운데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현대상선의 굴곡진 과거가 재조명 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채권단의 지원 없이는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만큼 자구안을 충실이 이행하고 채권단을 설득시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연합뉴스
현대상선은 해운업계 호황기인 2004년 약 5500억원의 순이익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그룹 내 최대 자금원 역할을 도맡아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해운업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과거의 영광은 2009년 5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급기야 현대그룹은 2010년 재무구조 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실적악화가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을 빼앗기면 그룹 전체가 넘어간다는 절박한 위기감 속에 몇 번이고 현대상선을 지켜낸 바 있다. 이번에도 300억원 사재출연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 회장의 주식자산은 약 1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 경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04년 현대상선 정기주총에서 60%가 넘는 지지를 얻으며 이사로 선임되면서 부터다.

주총 당시에도 정몽진 금강고려화학(KCC)회장이 후보로 올라 현대상선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는 등 한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며 경영권을 획득했다. 이후 현 회장은 현대상선 사옥으로 집무실을 옮기며 본격적으로 경영 현안을 챙겼다.

위기는 또 찾아왔다. 2006년 4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지분 26.68%를 취득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 것이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2010년에는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한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취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결국 현대건설을 인수한 정 회장이 현대상선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 현 회장을 향해 화해의 손을 내밀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후 현 회장은 현대상선을 전례가 없을 정도의 최고 실적으로 이끌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현 회장은 노르웨이의 권위있는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가 발표한 '세계 해운업계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18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트레이드윈즈는 현 회장이 현대상선을 한국대표 해운기업으로 육성하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고 치켜세웠다.

현재 현대상선의 부채규모는 6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 합병설, 법정관리 설 등 끊임없는 위기설에 봉착했다.

해운업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구안 실현도 여러 벽에 막혀있는 상황이다. 현 회장이 수많은 풍파 끝에 지켜온 현대상선이 이번에도 위기를 넘고 재도약의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현대그룹은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 현대증권 재매각을 알리고 협상 배테랑 '마크 워커' 변호사를 선임해 해외 선주들을 상대로 용선료 인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