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 '숙성' 공개…입 다문 미디어오늘의 이상 행보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MBC 녹취록을 둘러싼 지금의 광경은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지난 달 25일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갖고 있는 의혹과 궁금증은 아주 간단한 사실에서 비롯된다. 최 의원과 제보자가 밝힌 녹취 파일 입수 시점이다.

최 의원은 지난 달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 어떻게 입수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녹취 파일을 저희가 국감 끝나고 지난해 바로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6시간 대화록이거든요.” 제보자인 소씨 증언도 다르지 않다.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전략) 그래서 고용노동부에 신고도 했었는데, 그것도 잘 안 됐다. (중략) 그때 제보를 한 것이다. 몇 달 안 됐다” 소씨의 사건을 고용노동부가 비상식적이라고 각하시킨 시점이 바로 10월경인 걸로 기억한다. 필자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국감이 끝나고 바로 입수했다는 최 의원 주장과 일치한다. 어지럽고, 복잡하게 할 필요 없이 제보 날짜를 밝히면 그만인 사안이다.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번져가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 사실은 아주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평소 소위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를 최우선 과제인 것처럼 주장해 왔다. 그리고 실제 많은 언론노조원들은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최 의원에 비판적인 필자 역시 언론을 통해 비친 그의 언행을 통해 그 점만큼은 진심으로 알고 있었다.

최 의원은 해고자들 문제에 정부가 손 놓고 있다고 ‘해직 언론인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 등에 관한 촉구 결의안’을 내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YTN 해고자들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에는 “경영진은 이들에게 ‘해고’라는 무지막지한 칼을 휘둘렀다.”며 “지난 6년간 해고자들과 그 가족들은 숱한 병을 얻고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했다.”고 논평까지 내면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었다. 소위 해직자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라고 기회가 날 때마다 정부를 다그친 적도 여러 번이다.

녹취록을 3개월 숙성시킨 최민희와 엇나간 분노

필자의 의문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해고된 언론인들과 가족들의 고통까지 그렇게 염려하던 최 의원이 입수한 녹취 파일을 한 달도 아니고 무려 3개월간 ‘숙성’시켰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MBC 해고자 복직이 시급하며, MBC 녹취록을 먼저 공개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그렇게 시급한 문제를 왜, 무엇 때문에 3개월을 침묵하다가 25일에서야 폭로에 나섰을까.

해직언론인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이가, 고통을 보듬는다는 이의 눈엔 하루가 급한 그들 처지는 눈에 안 들어왔다는 얘긴가. 그들 가족들이 겪을 고통의 깊이는 가늠이 안 됐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최 의원을 무려 3개월간이나 입을 닫고 있게 만든 녹취 파일의 비밀은 무엇인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환자에게 당장 투여해야 할 진통제를 주사기에 주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변명은 과연 가능한가. 시급한 MBC 녹취부터 들고 나왔다면서 고작 6시간 정도 분량 가지고 시간을 핑계 대는 건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MBC 노조원 해고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 의원이 MBC 녹취록을 공개하자 크게 분노했던 이들은 누구였나. 해고된 자들과 MBC언론노조와 전국언론노조 그리고 민언련과 같이 언론노조와 친밀한 언론단체들이었다. 이들은 최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하자마자 녹취록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을 향해 온갖 공격을 퍼부었다. 사적인 식사 자리에서 오간 무의미한 이야기들이었지만,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 있다는 점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후 일정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그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분노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해고 당사자들이나 언론노조가 정작 가장 크게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껴야 할 대상은 최 의원이 아니던가? 작년 국감 끝나고 바로 입수한 파일을 3개월이나 품었다가 특정한 시점에서야 공개했는데 왜 그들은 최 의원에 대해선 일체 비판이나 분노의 표시가 없나. 출마 선언 이후에야 파일을 공개한 최 의원의 지극히 전략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왜 일체 없느냐는 얘기다.

최민희를 비판하지 않는 이상한 침묵의 커넥션

언론노조가 발행하는 미디어오늘이 최 의원에 대해 일체 비판하지 않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필자는 최 의원이 녹취록을 품에 안고 있던 의문의 3개월에 대해 가장 먼저 앞장서서 크게 비판해야 할 언론이라면 바로 미디어오늘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오늘은 해고자들의 눈물과 고통 운운하며 해고자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정부여당을 줄기차게 공격해 온 매체다.

그런 미디어오늘이 최 의원이 무슨 이유로 3개월씩이나 녹취 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왜 빨리 공개하지 않았는지 낱낱이 취재하고 비판해야 옳은 일 아닌가. 그것이 진정 공익 아닌가. 사적인 모임에서 나눈 실없는 대화들을 공익으로 억지 포장하는 짓이 아니라 그렇게 자신들이 마르고 닳도록 주장했던 해고자 복직 해결을 늦췄던 최 의원 비판이 우선 아닌가. 녹취록 공개 시점으로 가장 먼저 최 의원에 매를 들었어야 할 매체는 다름 아닌 미디어오늘이었다. 그런데도 이 매체는 그에 대해 일체의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다.

MBC 녹취록 사건은 한 개인이 자신의 악감정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고백한 명확한 성격의 사건이다. 불편한 진실이라면 한 개인의 사감에 의해 까발려진 녹취록을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공익으로 열심히 포장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녹취록 폭로자인 국회의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치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3개월을 숙성시켰고, 공개된 후 이 사실을 알았을 언론노조는 그에 대해 어떤 비판이나 분노의 표시도 하지 않고 있다. 언론인 해고자 문제를 평소 앞장서서 제기해왔던 자칭 언론사는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단 한 건의 해당 의원 비판 기사도 내지 않고 있다.

대신 감도 안 되는 허접한 기사들로 폴리뷰에 떼로 달려들어 공격하고 있다. 우스운 일이다. 우리 폴리뷰는 이미 제보자의 악의를 토대로 나온 모든 기사들에 대해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한 가지 더 밝혀두고 싶은 것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세력의 갖가지 행태들에 대해 그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적극 취재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