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법안 규제 아닌 친시장이 답…고용주체 현실 외면 안돼
파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입장의 간극이 크다. 정부·여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파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야당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파견근로 허용범위를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동개혁에 있어 첨예한 대립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해외 선진국 사례 검토를 통해 파견법 개정안을 분석하고 향후 우리나라 파견제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4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30호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주최로 열린 ‘한국 파견법제의 방향, 어디로 가야하나’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와 같은 규제 일변도의 비정규직 정책은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규직 고용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인 기간제나 파견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여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김희성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근로자 파견법, 목적에 맞게 개정돼야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크게 기업의 신규 일자리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업의 실제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규제 일변도의 비정규직 정책은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과거에도 기간제와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용역, 도급 등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로 근로자들이 다수 이동하는 문제가 실제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성 및 노동시장의 질서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규직 고용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인 기간제나 파견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가고 있으며, 최근 사내도급의 적법성 또한 엄격하게 해석하는 법원의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고용상황은 ‘하르츠 개혁’과 ‘아젠다 2010’을 통해 노동시장 규제 완화, 해고보호 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경영활동 및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독일,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노동관계법령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결정한 일본 등과 같이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추세와 대비된다.

한편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개 법안은 사실상 비정규직의 범위를 과도하게 넓히고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함으로써,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상황과 노동시장의 현실은 도외시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 기조 속에서 많은 기업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같은 대책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의 인력운용에 대한 부담을 심화시켜 일자리가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여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한 토양을 만들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 창출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시장친화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즉 파견제 근로관계에 관한 보호체계를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일은 매우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으며, 파견제근로계약에 대한 노동법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실업의 방지와 같은 노동시장적 관점과 해당 근로자에 대한 적정 근로조건의 보호라는 관점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파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입장의 간극이 크다. 정부·여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파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야당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1. 파견대상업무의 확대와 관련하여

가. 문제점

주지하다시피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들은 1970-80년대에는 대부분 파견에 대해 규제적인 법제를 가지고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 파견을 단계적으로 자유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파견근로가 고용창출에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는 증빙의 시도로서의 파견근로사용을 용이하게 하는 입법방안 도입의 일환으로 파견근로의 규제 조항들이 삭제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는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한 이래 규제완화가 아닌 계속족인 규제강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예를 들어 내용규제로서 차별금지규정의 강화 등: 상세한 것은 김희성, 비정규고용의 대책에 관한 연구(Ⅰ) 참고). 현재 근로자파견법은 일정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리스팅(positive listing)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며 게다가 파견기간도 2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파견대상 업무를 정하여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리스팅 시스템은 주지하다시피 유럽(대표적으로 독일)이나 일본(1999년 근로자파견법 개정)에서는 이미 삭제된 우리나라밖에 없는 규제이다. 구 파견법에서는 파견대상업무가 26개로 한정되었다가, 현행 파견법 시행령에서는 새로 개정된 한국표준산업분류기준에 따라 재조정하여 32개 업무로 확대되었지만, 그 대상은 여전히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현저히 제약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경기영향을 많이 받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 등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아직도 엄격히 파견근로가 금지되고 있다.

나. 입법안의 내용

정부와 새누리당의 입법안에는 「파견법이 제정된 이후 파견허용 업무가 한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급변하는 노동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현행 32개 파견허용업무는 유지하면서도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하여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따른 고령자의 일자리 확충 필요성에 부응하고 고소득 전문직의 재취업 촉진 및 중소・중견기업의 관련 인력수요를 적기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인력난이 심한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파견을 허용하여 기업 인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고자」하는 취지로, 도급 등의 계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것으로 보는 기준을 명시(개정안 제2조의2 신설)하였다.

입법안에 의하면 고령자의 경우,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파견이 가능하게 되고, 근로소득 상위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파견도 허용되며, 파견기간에 있어서도 양자 모두 2년의 기간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1) 또한,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됨에도 불구하고 3D 업종으로 인식되어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 뿌리산업(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의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공정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다.

   
▲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개 법안은 사실상 비정규직의 범위를 과도하게 넓히고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함으로써,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상황과 노동시장의 현실은 도외시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사진=연합뉴스

다. 평가

이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기업의 수요는 주로 판매, 제조, 사무업무 등에 있는데, 일부 업무와 연령, 직업군에 한하여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될지 의문이며, 뿌리산업 종사업무에 대한 파견 허용은 파견 허용 범위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파견 허용으로 인한 일자리 확대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파견업무를 확대한다면 ⅰ)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과 같이 기업의 실제 수요가 필요한지 ⅱ) 고용시장의 전체적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의 기준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어서,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파견 규제를 완화한다면 제조업무 전반 등 기업이 실제 필요한 수요를 바탕으로 한 획기적인 규제 합리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한다.2)

경영계의 의견에 공감한다. 근로자파견법의 개정내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네거티브 리스팅 시스템 도입 및 제조업직접공정업무에 대한 파견근로지를 허용하는 것이다.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할 경우 제조현장의 값싼 파견근로가 확산되는 등 제조업에서 정규 내지 상용 고용이 파견근로로 대체될 우려가 많다는 근거로 극심한 반대에 처할 전망이 확실하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파견법 개선의 입법대안으로 네거티브 리스팅 및 제조업 파견허용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우선,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실태를 고려하면 파견근로의 수요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조업의 경우에 파견근로를 허용하면 적극적인 파견근로 정책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처럼 대상 업무를 엄격히 제한하여 오다가 소수 금지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해 왔고, 특히 최근의 파견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제조업무에 대한 파견과 관련하여 경제활동과 고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무에 대한 파견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하였다.4) 제조업 파견근로 허용이 경제활동이나 고용창출에 굉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5)

따라서 현행 근로자파견법 중 개정되어야 할 것은 포지티브 리스팅 시스템을 버리고 네거티브 리스팅 시스템을 도입하며, 제조업직접생산 공정업무에 대해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다.

물론 파견대상 업무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사내하도급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또는 위장도급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하면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한다고 해서 모든 위장도급이 합법적 파견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파견허용업종의 확대를 통해 불법파견 사용 유인을 차단시켜 노동시장의 혼란을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6)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로 유도함으로써 위장도급이 해소되더라도 파견근로 자체가 기간제한이 있으므로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정에 대한 우려는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그렇지만 도급이 근로자의 고용계속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예컨대 도급계약의 해지) 해당 근로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가 사실상 배제되어 근로자보호의 관점에서 보면 더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파견법의 규제를 받는 파견근로가 제조업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 우선 위장도급을 파견근로로 유도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며, 이를 위하여 노사 당사자 및 사회전체적인 노력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파견대상업무를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변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7)

   
▲ 현재와 같은 규제 일변도의 비정규직 정책은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규직 고용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인 기간제나 파견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 근로자파견법 제정 목적에 부합하는 입법 개선

주지하다시피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실업난 해소와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이 도입・시행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념적 갈등에 치우쳐 노동시장의 새로운 사고와 관점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파견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반응은 비현실적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8)

유럽연합(특히 독일)과 일본의 예를 보면 근로자파견제도의 취지에 맞게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되 균등대우 등 그 보완적 조치를 병행하는 틀을 보여주고 있다. 파견근로시장에서는 가능한 규제를 완화하여 파견근로 활성화를 통한 긍정적 효율을 노리는 것으로 하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으로서 불안정한 파견근로의 확산 가능성과 같은 우려에 대한 보완적 조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많은 국가들의 주요 논의의 거점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파견근로시장의 부정적인 측면만 노출시켜 적극적인 활용방안은 아예 제기되지도 못하고 오히려 소규모라도 현존하는 파견시장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정책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파견법) 제1조의 이법의 목적 규정에 의하면, “이 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어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 그리고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 및 인력수급의 원활한 운영 두 가지가 근로자파견제도의 목적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제도의 지속적인 강화 등으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여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목적에 대해서만 근로자파견법 및 제도가 활용되어 온 것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근로자파견법의 두 가지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인 근로자파견 사업의 적정한 운영과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근로자파견법이 제대로 활용 내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본 바와 같이 독일에서는 근로자파견업의 활성화, 특히 파견근로가 고용창출에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는 증빙의 시도로서의 파견근로사용을 용이하게 하는 입법이 지속적으로 도입되어 온 것에 비하면 극명하게 법과 정책의 전개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파견법 개정의 기본방향은 근로자파견법의 제정 목적인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과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내용에 부합하도록 그 내용을 마련하는 데 있다.9)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현행 파견법 제6조 제3항에 의하더라도 고령자의 경우, 2년을 초과한 파견근로가 가능.

2)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개혁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 2015.9.21.

3)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허용에 대해서도 「뿌리산업 6개 공정은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공정으로 자동차・조선・기계금속 등 제조업 주요 업종의 대부분 공정에 걸쳐 있어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을 확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뿌리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게 되면 제정 당시부터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 파견을 규제한 파견법체계가 변질된다. 더욱이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지금도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파견근로자로 고착시키겠다는 의도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노상헌, “9.15 노사정 합의와 노동법 개정안 검토”, 「노동법학」,제56호, 2015.12, 37면)이 강하게 있다.

4) 労働政策審議会 職業安定分科会労働力需給制度部会, 「労働者派遣制度の改正について(報告書)」, 2015;. 변양규・이수정, “최근 일본법 개정 내용과 시사점”, 「노동법논총」 제35집, 2015.12. 참고.

5) 동지: 이상희, “근로자파견법의 목적과 개선방향”, 「노동시장 개혁이 주요 쟁점 점검」, 한국경제연구원 대외세미나 자료집, 2015.12.3. 참고.

6) 변양규・이수정, “최근 일본법 개정 내용과 시사점”, 614면.

7) 박지순 외, 129면.

8) 박지순 외, 127면.

9) 동지: 이상희. “근로자파견법의 목적과 개선방향”, 「노동시장 개혁이 주요 쟁점 점검」, 한국경제연구원 대외세미나 자료집, 2015.12.3.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