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수출경쟁력이 빈사상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은 부진의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경제 교역의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벌어진 사단이다.

자원 부족인 우리나라는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하고 조립가공제품 위주로 수출한다.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비교적 낮게 나타나는 구조다. 수출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환율이다. 가치사슬권 내 속해 있는 일본, 중국의 환율변동은 물론 미국 이외의 대규모 경제권인 유로지역의 환율도 무시할 수 없다.

   
▲ 1일 부산항 부두 야경 모습. 우리나라 수출 상황이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 1월 수출액은 367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18.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세계경제에서 미국 의존도가 컸던 과거와 달리 유럽경제권, 중국 등 신흥 경제권의 통화 비중이 커졌다. 미 달러화 위상의 하락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입 비중이 대미 비중을 압도하고 있다. 수출입 상대국의 영향력 변화다.

우리나라 외환시장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에 현재 환율제도로는 환율의 리밸런싱 기능을 충분히 작동되지 못하는 까닭에 환율이 국제수지를 교정하지 못한채 글로벌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휘청일 수 밖에 없다.

5일 국제금융센터와 한국은행, 산업통상자원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월 수출이 18.5% 하락했다. 올해 1월 수출액은 36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과 견줘 18.5% 곤두박질쳤다.

지난 2009년 8월 -20.9% 이후 6년5개월 만에 최대 감소치다. 조업일수, 조선수출 감소, 유가급락, 중국 경제 부진, 주력 품목 단가하락 등이 1월 수출 성적을 끌어내렸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유가하락 등 새해벽두부터 우리경제에 대내외 리스크가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은 1월 21.5% 하락했다. 저유가 탓에 수출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수출 비중이 높던 신흥국의 경기가 침체하면서 수출 부진의 원인이 됐다.

수출 부진으로 올해 3%대 성장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2%에서 3.0%로 하향조정하는 한편 내수와 수출은 각각 2.6%p, 0.4%의 성장기여도를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중·일 동반 통화 절하 유도, 원화 절상은 수출가격 경쟁력 타격

중국은 경기 부진을 진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위안화 4.6%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올해부터 환율제를 바스켓환율제로 전환시켜 위안화 절하 유도를 꾀하고 있다. 작년 말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약세가 예상되던 위안화 절하에 날개를 달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자본유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해 환차손을 회피하려는 자본 이탈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이기에 원·위안화 환율에 민간함 반응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위안화 절하만큼 원화 또한 동반 절하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수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따라갈 경우 환차손 문제가 불거지고 자금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일본은행(BOJ)는 1월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결정했다. BOJ 내부에서도 깜짝 정책 단행이라고 할 정도였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을 1.4%에서 1.5%로 상향한 반면 인플레이션율 1.4%에서 0.8%로 하향했다. 일본의 속내는 엔화 약세 유도에 있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도 강화로 엔·달러 환율은 116엔까지 떨어졌다가 깜짝 발표이후 121엔대로 복귀했다. 중국에 이어 일본 역시 절하 경쟁에 나서면서 자본유출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엔 환율의 절상이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앞으로 엔저가 지속되는 경우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화는 원화의 수요를 감소시켜 직접적으로 환율을 절하시키고 투자활성화를 통한 무역흑자 축소를 초래해 간접적으로 환율을 절하하기 때문에 금리 추가 인화로 환율 절상의 압력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진다. 한은의 저성장·저물가 탈피 의지, 대외 경제여건 악화, 가계부채 증가율 둔화 등에 따라 올해 1~2차례 금리인하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이 나온다.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다. 글로벌 IB인 BNP Paribas는 "최근 산업생산과 수출 모멘텀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어 3월과 2분기에 두차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노무라는 "한은의 예상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 낙관적인 경제 전망에 따라 두 차례로 예상되는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6월,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다봤다.

일본과 중국의 환율 개입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일본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 결정, 중국도 새해부터 바스켓환율제 도입으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이 빈사상태에 빠졌다"면서 "원화 절상이 될 경우 외자 유출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본유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적정한 환율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를 빠른 시일 내에 결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