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권 분쟁 정신감정 불행…가업승계 잘할 2세에 넘겨야

신격호 총괄회장(94)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법원 앞에서 정신감정까지 받아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초고령에 이르기까지 경영에 집착을 하면서 모든 것을 잃고 있다.

그를 존경했던 임직원과 투자자, 주주, 소비자, 그리고 국민들은 이제 그를 걱정하고 있다. 지금 당장 마음을 비워야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한 그의 공로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여생을 편하게 지내는 게 좋다. 사랑스런 손주들을 돌보면서 남은 생을 보냈으면 한다. 그룹경영은 능력있는 2세에게 맡기고 모든 타이틀을 내놓아야 한다.

신 총괄회장은 정주영 전 현대 창업주의 길을 갈 건지, LG 구자경 명예회장의 길을 갈 건지 선택해야 한다. 그가 가야 할 길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깔끔한 승계방식이다. 구 명예회장은 70에 구본무 현 그룹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 LG는 구본무회장이 그룹경영을 이끌고, 동생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형을 보필하고 있다. 형과 동생이 화합하면서 그룹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정주영 전명예회장은 말년이 불운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기업가였던 정 명예회장은 정치권 진출이후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지 않아 평생 쌓아온 명예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룹경영권과 자동차 경영권을 둘러싼 왕자의 난이 벌어진 것.

   
▲ 신격호 총괄회장(94)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법원 앞에서 정신감정까지 받아야 하는 참담한 상황은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사진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 친필 서명 동영상 캡처.
신 총괄회장은 90이 넘은 원로총수다. 그의 불굴의 기업가정신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일제시절 현해탄을 건너가 껌장사를 시작으로 유통 및 호텔 서비스업, 건설, 화학,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등 종합그룹을 일궜다. 그룹 매출은 85조 원으로 재계 5위로 부상했다. 그의 업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는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다. 돈을 버는대로 한국으로 가져와 사업을 일궜기 때문이다.

최근 그룹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롯데의 애국심을 문제삼는 일부 언론도 있다. 이는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그는 일평생 한국의 경제 건설과 산업보국을 위해 피와 땀을 바쳤다. 그의 애국심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신 총괄회장의 기업가정신과 롯데의 성장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것을 드러낼 뿐이다.

잠실에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은 그의 필생의 사업이다. 굴뚝없는 달러박스인 관광산업을 위해 모든 경영자원을 투입해 100층 빌딩에 전력투구했다. 신총괄회장의 업적은 정주영 전명예회장, 이병철 삼성 창업주, 구인회 LG창업주, 최종건 최종현 SK창업주의 반열에 들어간다.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부상시키는 데 소중한 기여를 한 것.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제 하심(下心)이다. 2세간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여동생 신정숙씨가 오빠의 법적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지난 7개월간의 장남 차남간의 경영권 분쟁이 이제는 부친의 정신감정까지 악화하는 것은 그룹의 불행이다. 재계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상태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장남 신동주와 차남 신동빈 그룹회장간의 의견이 엇갈린다. 정상상태라는 장남측 주장과 이를 의심하는 차남측간의 법리적 공방과 여론전도 안타깝다. 그룹 승계는 경영을 하듯이 추진돼야 한다. 상속은 누가 더 가업을 잘 계승해서 키울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삼성가는 장남이 아닌 3남에게 물려줬다. LG는 장남에게 승계시켰다. 신 총괄회장의 부인은 현재의 상황을 엄중히 판단해서 현명한 결정을 했으면 한다. 지금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창업주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이다. 명예롭게 물러나고, 가업을 가장 잘 상속할 2세에게 물려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승계에는 창업주의 의중도 중요하지만, 주주, 투자자와 소비자, 시장의 평가도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

롯데그룹은 이제 신 회장일가의 것이 아닌, 주주를 소유한 국민들의 기업이기도 하다. 가업상속은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룹을 잘게 나눠주는 방식은 그룹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의 해임사태로 촉발된 롯데경영권 분쟁은 조속한 수습의 길을 찾아야 한다. 경영권 승계 다툼은 그룹의 명예와 신인도를 실추시키고 있을 뿐이다.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그룹회장간의 소송은 국내와 일본에서 무려 11건에 달하고 있다. 자식들이 부모를 욕되게 한다는 점에서 유교적 효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신동주 회장이 아버지를 앞세워 소송을 전개하는 것도 안타깝다.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면서, 단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승계자로 정했다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는 설 연휴에 또다른 공격거리를 내놓았다. 자신을 후계자로 정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신총괄회장의 인터뷰 영상을 발표한 것. 이것도 문제가 있다. 부친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동영상 언론플레이는 여러 가지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주가 신동주 회장측에 의해 보필을 받는 정황도 동영상의 진실성을 100% 신뢰하는 데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차남 동빈씨를 한국롯데회장으로 임명하고도 최근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정신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주주와 임직원, 노조, 투자자, 소비자들은 롯데의 경영을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린 것 같다. 형제간 분쟁이 있지만,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은 롯데의 발전에 누가 적임자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 가 한다.

그룹경영권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도 중요하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경영권을 잡은 이후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글로벌 경영의 기반도 다졌다. 중국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초기 중국시장 진출에는 어느정도 기회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중국시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현재의 어려움을 들어 대규모 손실과 투자실패로 낙인찍은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신동빈 회장은 30조 원대의 그룹매출을 10년만에 85조 원대의 재계 5위 그룹으로 도약시켰다. 계열사 임직원이 12만 명에, 계열사가 80여개에 달한다. 시장에서 경영능력을 평가받은 셈이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에 비해 임직원과 노조, 투자자, 소비자들에게 어떤 점을 내세울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창업주를 내세워 거대그룹의 경영권을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은 이제 그룹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화해야 한다. 주주와 투자자, 채권금융기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경영권 분쟁이 한번은 치러야 할 성장통으로 삼는 결기도 필요하다.

주주와 투자자, 국민들은 롯데가 더 이상 볼썽사나운 송사에 휘말리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롯데로 인해 반기업정서가 확산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고령의 신총괄회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89)여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법원에서 창업주의 정신상태를 감정하는 일이 지속되는 것은 하츠코여사에게도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이성재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