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초 권력 서열 3위인 리영길 총참모장을 처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5월 당대회를 앞두고 연속적인 숙청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리영길은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전 출신이면서도 김정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오던 인물이어서 그의 숙청 소식은 또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리영호, 현영철에 이은 군 간부의 처형 소식은 김정은이 여전히 군 간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 외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리영길은 올해 1월까지 김정은이 참관한 군사훈련과 인민무력부 방문을 수행하는 등 정상적으로 활동해왔지만 지난 2월2~3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군당위원회 연합회의 확대회의에 이어 그달 8일 개최된 장거리미사일 발사 경축 평양시 군민대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군민대회에서는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박영식 무력부장과 함께 전 인민보안부장 리명수가 군 수뇌부 자리에 위치했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4주기를 맞은 2015년 12월17일 0시(북한시간, 한국시간 0시30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리영길 처형의 배경과 관련해 김정은이 그동안 간부들의 외화 소비를 뒷조사해왔으며, 이런 색출작업에 걸려든 간부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한 것이라는 대북소식통의 전언이 10일 나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양시내 외화상점과 고급식당에 손님이 뚝 끊어져 불과 몇 달 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고 한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집권 이후 외화벌이에 골몰해오면서 북한 내에도 외국인관광객은 물론 주민들을 위한 각종 위락시설을 지었다. 평양의 특권층들만 이용하는 음식점과 사우나 등도 사설로 운영될 만큼 성행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이 외화 비축 등 혐의로 처형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간부들 사이에서는 “먹고 난 돈이 제일 깨끗하다”며 외화 씀씀이가 더욱 커졌다는 소식통의 전언도 있었다.

북한 부자들은 평양시내 ‘류경’ ‘설경’ ‘설봉’ 등 이름이 붙여진 초호화판 찜질방인 ‘봉사소’나 ‘대성’ ‘낙원’ ‘류경’ 등 이름이 붙은 외국인 전용 백화점에서 외화 쓰기를 즐겼다는 것이다. 당시 평양시내 초호화 아파트의 경우 실제 한 채 가격이 무려 25만달러까지 오른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0월10일 당 창건 기념일 이후부터 간부들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고 한다. 평양시내에 달러를 잘 쓰던 사람들에 대한 뒷조사가 시작됐다는 말이 돌았고, 실제로 달러 상점마다 손님의 발길이 잦아들었다. 간부들 사이에서는 “일체 외화소비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놓고 뒷조사를 벌였다”, “뒷통수를 맞았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평양시내 5만달러를 호가하던 아파트가 1만달러로 급격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김정은은 그간 외화소비가 많았던 간부들을 색출하는 작업을 비밀리에 실행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간부들이 숙청되거나 처형되는 일이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개 당과 군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쥔 간부들 가운데 외화벌이에 관여를 안하는 사람이 없으니 리영길도 예외가 아니었을 수 있다.

특히 북한에서 오는 5월 36년만에 7차 당대회를 열기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김정은은 비용 조달 차원에서도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화 압수 작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것이다. 물론 김정은은 숙청할 대상에게 각종 혐의를 씌워서 명분을 만들 것이고, 어쩌면 이 일이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리 단속으로 각광받을 수도 있겠다.

이번 리영길이 처형되면서 리명수 대장이 총참모장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번에 처형된 리영길이 ‘선군파’로 분류되던 인물이라면 새로 임명된 리명수는 ‘군부파’로 분류되어왔다. 김정은 집권 이후 주로 정통 군부파가 숙청되거나 처형되어온 것과 다른 양상이다. 김정은이 군 내부를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수법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군 간부 수난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히 군 간부들의 숙청이 잦았다.

리영호 총참모장의 후임으로 올랐다가 무력부장이 된 현영철은 물론 김일철, 김격식 등 역대 무력부장이 제거된 것이 모두 김정은 집권 이후이다. 이중 김격식은 자연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군 간부가 사망했는데도 이례적으로 장의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아 적어도 김정은 눈 밖에 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에 리영길 총참모장이 처형되면서 김정은 집권 최초 숙청 대상자인 리영호와 김격식을 포함해 모두 3명의 총참모장이 숙청된 셈이다.

앞으로 북한 간부들에 대한 숙청이 지속될 경우 당군 가릴 것 없이 겉으로는 김정은에 대해 맹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으로는 회의적인 시각이 심화되면서 내부 동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