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일본증시 등 글로벌 증시 폭락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 사드배치 논의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국제유가 하락세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외국인이 국내증시 이탈이 심화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 미국의 금리인상과 국제유가 하락세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외국인이 국내증시 이탈이 심화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사진=연합뉴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 3조71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지난해 일년 동안 국내증시에서 3조5783억원 규모를 내다팔았다. 불과 한달 만에 지난해 한해 규모의 주식을 내다판 것이다. 지속되는 매도세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보유 비중은 지난해 10월 29.3%에서 11월 28.9%, 12월 28.6%, 올해 1월 28.1%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배럴당 30달러선을 밑도는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는데다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12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12엔대에 진입한 것은 2014년 10월 이후 1년 4개월만에 처음일 정도로 시장은 안전자산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여기에 다시 불거진 그리스 채무위기와 도이치뱅크를 비롯한 유럽 주요 은행의 부실화로 ‘제 2의 리먼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갈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지만 당분간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뚜렷한 매수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정책공조가 얼마나 이뤄지는가에 따라 향후 외국인의 국내증시 매수 가능성이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이너스 금리에도 엔화가 강세를 보일 정도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어 국내증시에서도 외국인이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라며 “금융위기로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각국의 정책공조가 있지 않는 한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아직 이른 얘기지만 이탈리아 은행 등 유럽은행 부실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중국도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받고 있어 금융위기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결국 국제유가와 중국경기의 안정이 국내증시의 외국인 매수세를 결정하는 열쇄가 될 것”이라며 “아직 각국이 쓸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남아있어 급작스럽게 금융위기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금리정책이 국내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의 수급과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마음껏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이 통화정책을 완화해 달러가 약해지면 중국이 부양책을 통해 증시와 경기를 살리고 신흥국의 자본유출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 역시 달러가 약해지고 중국의 수요가 살아나면 자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