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기업도 ‘상생’이 답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4일 애플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신호를 보내는 삼성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오만한 애플의 콧대가 꺾이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 듯이 특허로 흥하면 특허로 망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보는 것 같다.

미국은 첨단기술의 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의 제조 공장으로 군림하였다가 고임금과 과다복지, 제조업의 기피 풍조로 제조업이 몰락하자, 더욱 첨단기술에 의존하였다. 그 첨단기술의 창과 방패는 특허법이며 그 특허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변호사와 특허 전문가들의 집단들이 양육되었다.

애플은 그러한 첨단기업 중의 첨단 기업으로 첨단 특허를 앞세우며 세계의 IT 이익을 독식해왔다.

미국이 만들어놓은 특허 프레임에서 경쟁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죽기 살기로 그 프레임에 속하기를 노력하였다. 특허 총량 면에서 아시아 신흥국들은 미국을 이미 앞서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턱 밑까지는 아닐지언정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지치지도 않고 맞설 만큼 쫓아갔다.

특허 없이는 제품을 만들 수도 팔 수도 없게 만든 현대 경제를 미국이 만들었다. 아마도 상당 기간 이런 특허경제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의 의미를 기자가 ‘서둘러’ 해석한다면 특허경제 체제의 균열이 드디어 온 것 같다.

미국의 일부 양식 있는 지식인들은 특허 경제가 몰고 올 파국적 폐해를 10여 년 전부터 경고해왔고, 더 이상 미루다가는 미국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해왔다. 특허 변호사와 특허 괴물들만 배 불리고 제조업을 고사시키는 특허 만능주의는 미국 경제를 약골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애플의 패배는 그런 암울한 전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오마바 대통령은 ITC 판결이 있던 날 연구개발보다는 특허로 돈벌이에 열중하는 특허괴물의 지적재산권 남용을 막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그날 애플은 ITC의 판결에 불복해 또다시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애플의 문제점은 명백하다. ‘특허’, ‘기술’, ‘디자인’ 등에 대한 자만이다. 삼성은 이런 애플의 ‘자만’을 본받아서는 안 된다. ‘자만’은 멸망으로 가는 길이며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다행히 이건희 삼성 회장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선포한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지난 7일 전 세계 삼성그룹 임직원 38만여 명에게 자만을 경계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경영의 새로운 세 가지 키워드로 ‘품격과 가치 제고’, ‘창조경영’, ‘상생’을 제시했다. 기자는 이 세 가지 키워드 중에서 ‘품격과 가치 제고’와 ‘상생’에 주목하고자 한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경쟁력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기존 선진국들의 경제를 뿌리째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은 ‘1등주의, 승자독식’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로 변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건설한 애플은 특허와 디자인에 대한 무한한 자만, 천문학적인 CEO 연봉으로 상징되는 그 탐욕 때문에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월가의 금융 체제와 자국만을 위한 엔저 정책 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모두 실패할 것이다. 새로운 글로벌 체제에서는 1등주의, 물량주의, 수익주의, 특허주의는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