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괴물로 길러지는 현대사회에 신선한 감동 선물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화가 12일에 500만명 흥행을 기록했다. 북한과 관계가 얼어붙은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남한의 이해’의 새로운 앵글을 보여준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화 흥행 기록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직접 영화를 관람했다. 3번 정도 더 보고 싶은 영화였다. 내 옆에서 보던 어떤 사람도 울었다. 눈물바다, 그것은 이산가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한반도 5000년 역사 가운데 삼팔선과 휴전선은 마치 허리벨트처럼 아주 굵직하게 둘러쳐져 남북을 갈라놨다. 과연 남과 북이 한 몸이었던가 허리 위와 허리 아래는 허리 때문에 분명 한 몸인데, 남과 북은 휴전선 때문에 두 정권으로 분리된 지 오래됐다. 남은 북을, 북은 남을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정권으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YES24 제공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YES24 제공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과 남한의 치열한 이념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우리가 잃었던 소중한 가치들을 재발견하게 하는 대목이 곳곳에 나온다. 북한에 남겨진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김수현(원류환 역), 그는 남한에서 바보 방동구로 살면서 슈퍼마켓 아줌마에게서 ‘어머니의 정’을 느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방동구가 원류환으로 복귀하면서, 그는 슈퍼마켓 아줌마를 애절하게 그리워한다.

KBS의 흥행 드라마(김혜수 주연) 직장의 신에서 작가는 “IMF 10년이 지난 지금 계약직과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정치인들과 세계사는 19C때부터 항상 남북의 문제를 간섭했었다. 경상도와 전라도 정치인들은 지역감정으로 표를 몰았었고, 일본의 정치인들은 독도를 건들면서 일본인들의 표를 얻었었고, 세계 열강들은 남북 분단을 통해서 자국의 이익을 얻었었다. ‘남북분단’보다 더 아픈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실종한 ‘사람과 사랑’이 아닐까

북한 인민의 영웅 원류환은 어쩌면 이념과 지식으로 중무장된 한국 사회 곳곳의 기계적 인간을 상징할 수도 있다. 북한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서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족속이다. 그처럼 한국 내에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경쟁기업을 파산으로 몰면서 고속성장을 이룬 기업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상대 기업의 지식을 도적질하는 기업이 어디 한둘인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상대 후보에게 ‘모함의 비수’를 꽂고, 온갖 술수를 이용해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국회에 입성하려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원류환과 박봉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두가지 모습인 것이다. 영웅주의가 팽배한 지금, ‘위대하게 은밀하게’ 영화는 진정한 사람됨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조용히 묻는 것 같다.

“나는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졌다”

옛날 수업 방식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기계적인 학습 방식으로 지식을 주사기에 주입하듯 밀어 넣고, 학원과 학교를 반복하면서 살다보면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화는 말한다. “내가 살고 있는 그곳에서 사람과 관계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소중하고, 남보다 많이 아는 지식보다 남에게 나눠주는 사랑이 더 가치롭다”고. 지식적 북한에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깊은 묵시가 한국사회를 더 양심적으로 살찌우게 될 것 같다.

사상과 사랑의 그 사이에서 ‘사랑의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