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가 ‘눝’이면, SK는 ‘샤’

LTE-A 서비스는 현재 SK텔레콤과 LGU+의 경쟁구도다. SK텔레콤의 LTE 홍보 심볼은 ‘눝’이다. 그럴듯한 아이콘인데, 그 자체가 한글 파괴자라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많다. LTE를 세로로 쓰면 ‘눝’이 된다는 게 SK텔레콤의 주장인데, 웃자고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SK텔레콤은 이 심볼로 고등학교를 비롯해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한글을 배워가는 학생들에게 한글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혼동을 주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SK텔레콤은 LTE를 '눝'으로 심볼을 정하면서, 한글과 영어를 혼용해서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 디자인적 측면 보다는 언어적 관점에서 '언어 파괴자'라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있다.
▲SK텔레콤은 LTE를 '눝'으로 심볼을 정하면서, 한글과 영어를 혼용해서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 디자인적 측면 보다는 언어적 관점에서 '언어 파괴자'라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있다.

L은 분명 ‘ㄹ’을 뜻하는 영어 알파벳이다. 그런데, 갑자기 ‘ㄴ’으로 둔갑해버렸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알파벳과 한글을 혼용해서 사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상당히 혼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글사용에 가장 앞장 서야할 SK텔레콤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한글까지 파괴하는 데 앞장선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어떤 네티즌은 “너무 어처구니없고, 말같지 않은 말에 헛웃음만 나온다. SK텔레콤의 ‘눝’은 한글 파괴인데, SK텔레콤이 홍보를 계속 하면 아이들은 그렇게 인식해서 나중에는 L(엘)과 ㄴ(니은)을 혼동하는 아이들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의 논리대로라면, SK는 곧 ‘샤’라고 읽을 수 있다. 혹은 ‘댜’로 발음될 수도 있다. S의 모양이 구부정해서 ‘ㄷ’ 혹은 ‘ㅅ’으로 맘대로 변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자 체계가 이렇게 맘대로 변형된다면, 언어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자음과 모음을 이해하는데 혼동할 수 있고, 이러한 혼동은 지식의 장애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의 ‘눝’ 심볼은 시민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봐야할 심볼이 아닐까

SK텔레콤이 29일 경남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진행한 ‘눝’ 이벤트의 일환으로 마련한 테마파크
▲SK텔레콤이 29일 경남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진행한 ‘눝’ 이벤트의 일환으로 마련한 테마파크

40년동안 한자가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 한글로 된 소리글자는 한자의 뿌리를 잃은 채 그 모양을 맘대로 변형하고 있다. 왕십리를 ‘왕의 심리’ 정도로 해석하는 것은 다행이다.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가 ‘소리글자의 합성’으로 생겨나고 있는 이 시점에 한글 자음과 영어 알파벳을 혼용해서 새로운 글자 형태를 만들어서 그것을 마치 대단한 심볼처럼 홍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언어 파괴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SK텔레콤의 홍보국이 인지했으면 한다.

만약, SK텔레콤이 그냥 슈퍼마켓 정도 통신사라면 아무 문제가 안된다. 통신업계에서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회사로서, LTE를 ‘눝’이라고 우기면, 세종대왕도 어이없다고 하지 않을까 통신은 곧 신호를 통하는 것이고, 결국 소통의 통로가 통신인데, 소통의 수단인 문자를 사용함에 있어서 알파벳과 한글을 혼용해서 새로운 문자 체계를 만드는 것은 SK텔레콤답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눝’을 고집한다면, ‘언어 파괴자’라는 오명을 쓸 수 밖에...

SK텔레콤측은 "LTE를 눝으로 보는 것은 하나의 광고이고, 언어 파괴와는 상관이 없지만, 아이들이 L과 ㄴ(니은)을 헤깔려한다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잘 가르쳐줘야할 것 같다. 재미로 '눝'으로 한 것인데, 너무 심각하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